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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션 공동창업자가 재봉틀 부품을 만드는 이유는?…이면희 신진스틸 본부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온라인 경매 사이트로 유명한 옥션의 공동창립자가 혁신적인 재봉틀 부품을 개발했다며 돌아왔다. 옥션이 글로벌 기업 이베이(e-bay)에 팔린지 10여년 만이다. 이면희 신진스틸 신사업개발본부장이 그 주인공.

초기 IT 업계 대부로 불리던 이 본부장이 제조업 그것도 부품산업에 뛰어든 것은 불균형한 상태에 빠진 국내 산업 생태계에 대한 우려 때문. “IT 벤처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는 것을 보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하면서 “지금 카카오톡이나 애니팡 등이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개 회사의 실패와 낙오가 가려져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선 바람을 타고 성공하기도 쉽지만 순식간에 잊혀지고 망해 종사자들이 하루 아침에 거리에 나앉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 “의지에 상관없이 대주주에 의해 옥션이 이베이에 팔려나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강의와 저술 활동에만 전념했던 것도 이런 실망감 때문”이라고 했다. 

이 본부장이 철강재 제조판매를 해온 신진스틸(대표 이정희)과 함께 개발한 것은 재봉틀의 부품 중 하나인 훅셋(hook set). 봉제 과정에서 밑실과 윗실이 줄넘기 하듯 하나로 꼬여 두 개의 천을 고정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밑실을 공급하는 부품이다. 기존의 제품은 실을 길어야 80m까지만 감아 둘 수 있어서 갈아주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떨어졌다. 밑실이 다 소진된지 모르고 작업을 계속해 불량품이 발생하는 일도 부지기수. 훅셋의 크기가 커질수록 실의 운동반경이 넓어져 실이 닳고 불량률이 높아 지금의 상태에서 개선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평가돼 왔다. 

옥션 공동창립자로서 IT 대부로 불리던 이면희 신진스틸 본부장은 봉제업계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훅셋 부품을 개발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그는 실을 감는 크기 뿐 아니라 구조를 전반적으로 바꿔 문제를 해결했다. 함께 일하는 기술자가 실을 반드시 원형의 보빈(실패)에 감아야 한다고 생각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U자 형태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실의 운동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 적재량을 늘려 최대 400m의 밑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의 장력이 일정해지고 바느질 과정에서 생기는 주름현상(puckering)도 사라졌다”며 신기술의 장점을 강조했다. 명주실을 꼬아두고 안쪽부터 뽑아쓰던 조상들의 지혜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라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일본 히로세 사가 관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부 중국산 저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신제품이 양산되면 수입 대체효과는 물론 봉제업계의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는 26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신기술을 시연하고 관련기업의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IT 업계를 떠난 그가 제조업으로 돌아온 것은 폭넓은 산업 연관 효과와 뛰어난 고용효과 때문이다. 그는 “재봉틀 부품 하나를 만들어도 아이디어를 내는 개발자부터 쇠를 깎아 틀을 만드는 엔지니어, 실을 감아 파는 회사까지 다양한 업체와 그 종사자가 먹고 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이 기본이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 가려면 제조업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조언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이 본부장은 앞으로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도 제공할 생각이다. 새로운 훅셋에 들어가는 실을 미리 감아 프리본드(Pre-wind) 형태로 제공하는 작업을 은퇴한 노인들을 고용해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을 새로운 훅셋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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