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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도토〈꿈을 의미하는 스와힐리어〉 전령사’ 닉쿤…검은 대륙서 희망을 노래하다
MBC ‘코이카의 꿈-탄자니아 편’ 봉사자로 활동
전기·식수시설 없는 오지 사닝가 섬서
15년 방치된 학교보수·의료봉사 지원
뒤늦게 합류 택연에 삽 들려주며 독려

벌레에 물리고 흙탕물 샤워 뿐이지만
그래도 일상의 닉쿤으로 살수 있어 행복
봉사 기회로 방송복귀? 아직 계획없다!



[사닝가(탄자니아)=김우영 기자] 10월의 어느날 오후 4시. 처음 맞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40도짜리 태양은 예상보다 훨씬 따가웠다. 수도 다르살렘에서 차로 4시간을 달린 뒤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한 시간. 루피지 강과 인도양을 함께 품고 있는 사닝가 섬은 전기는 물론 식수조차 왕복 8시간 걸려 멀리 마토사 지역에서 길어와야 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MBC 특별기획 ‘코이카의 꿈-탄자니아 편’에 함께한 2PM 멤버 닉쿤을 비롯한 코이카 단원은 10월 초부터 이곳에서 약 20일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단원은 물을 길어오거나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사용할 목조선을 제작하는 ‘선박팀’, 안개 포집기와 태양광발전시설 등 현지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 ‘적정기술팀’, 초등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리모델링팀’, 주민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봉사팀’으로 나눠 구슬땀을 흘렸다.

건물이라곤 코코넛 나뭇잎으로 엮은 지붕이 전부인 섬에서 단원은 텐트에서 먹고 잤다. 그나마 봉사 초기엔 통관에 문제가 생겨 수저 같은 기본적인 식자재와 목장갑 등 물품 조달이 늦어져 그야말로 원시적인 생활을 했다.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허용된 물은 하루에 1.5ℓ 생수 2병. 그나마 씻는 물은 소금기가 다분한 흙탕물 한 병뿐이었다. 화장실은 상상에 맡기는 편이 낫다. 닉쿤과 옥택연을 비롯해 배우 박성웅ㆍ이태란 등 연예인 봉사단도 예외는 없었다. 


처음 3일 동안은 씻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는 닉쿤의 얼굴은 여전히 뽀얗고 잘 생겼지만 군데군데 모기에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뒤늦게 합류한 동료 옥택연에겐 반가운 인사를 거둘 새도 없이 대뜸 삽을 주며 태양광발전기 설치 장소로 등떠밀 정도로 열심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대중의 시선에서 모습을 감춘 닉쿤에게 탄자니아는 알맞은 쉼터 구실을 했다. “2달 동안 아무데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어요. 제안이 왔을 때 바로 가자고 했습니다.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이 스스로 고생을 찾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흙탕물 샤워를 막 끝내고 마주 앉은 닉쿤의 얼굴이 빛났다. 탄자니아는 한국ㆍ태국과는 너무도 멀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상의 닉쿤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했다.

이번 봉사를 기회로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선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 잘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닉쿤은 “당분간 기회가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펼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닉쿤은 텐트로 향하며 단원에게 일일이 잘자라는 인사를 건넸다. 처음엔 솔직히 선입견을 가졌다던 한 대원은 그런 닉쿤을 바라보며 오랜 친구마냥 말 없이 미소지었다.

400여명의 주민이 어업과 불법적인 맹그로브나무 채취 및 판매로 한 달 평균 소득 80달러에 의지해 사는 사닝가 섬은 단원의 노력으로 점차 달라졌다.
낮에는 무섭게 내리쬐다가도 저녁만 되면 서둘러 자취를 감췄던 태양은 코이카 단원이 설치한 발전기 덕분에 밤에도 빛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선 시소와 그네엔 어느새 아이들로 북적였다. 지은 지 15년이 넘도록 방치돼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서 외면받은 학교는 이제 50여명의 학생이 새 선생님과 함께 꿈을 키울 공간으로 변신했다.

꿈. 이곳말로 ‘운도토(ndoto)’. 선박팀이 만든 배 이름 역시 운도토다. 코이카 단원이 일일이 손으로 깎고 다듬은 ‘운도토 호’는 높이 매단 돛에 희망의 바람을 안고 아이들의 꿈을 세상으로 전달할 것이다. 이들이 있어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어둡지 않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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