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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마니아 떠나고 주가는 곤두박질…흔들리는 애플…사면초가 팀 쿡
50일만에 시총 170조원 증발
中선 저가 스마트폰업체에 밀려



애플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내놓았다. 3월 뉴아이패드(3세대)와 6월 새로운 운영체제 iOS6를 공개했고, 9월 아이폰5와 동시에 아이팟터치 5세대를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애플의 첫 7인치 태블릿 아이패드 미니와 새로운 버전의 4세대 아이패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1년에 새로운 제품을 한두 개 정도만 발표하는 애플로선 올해 ‘다작’을 한 셈이다. 올해가 포스트 잡스의 원년인 만큼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듯 보였다.

하지만 매번 듣는 소리가 ‘새로운 제품이지만 혁신이 없다’였다. 지적 일색의 시간만 쌓여가면서 최근 들어 쿡 체제의 애플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동안 애플에 엄지를 치켜세우던 사람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주식시장. 애플은 아이폰5 출시 후 두 달도 안돼 주가가 20% 넘게 떨어졌다. 투자자가 주식을 팔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던 9월 21일(현지시간) 시가총액 6536억달러에서 8일 현재 4985억달러로 급감했다. 50일 만에 우리 돈으로 170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한 셈이다. 여유롭게 시총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어느새 2위인 엑손모빌에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게 됐다. 주가 폭락의 결정타는 협력업체 회장들의 발언이었다. ‘애플의 협력업체’로 유명세를 떨치는 대만 혼하이정밀그룹과 이곳 자회사 팍스콘 회장이 일제히 아이폰5 생산이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아이폰5 공급난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달하게 됐다. 팍스콘은 앞서 파업까지 하면서 애플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이들의 배신이 전적으로 비즈니스 요인 때문이라면 애플은 스스로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신뢰와 애정의 관계마저 흔들린다는 것이다. 애플의 핵심인력인 운영체제(iOS) 담당 스콧 포스톨 수석부사장과 애플 스토어 책임자였던 존 브로윗 수석부사장이 동시에 회사를 떠났다.

나아가 고객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에선 아이폰 재구매 의사 비율이 처음으로 떨어졌다. 연내 스마트폰 1위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인 중국에서 애플은 톱5 안에도 끼지 못하게 됐다. 애플은 3분기 중국에서 8% 점유율을 보이며 6위로 밀려났다. 애플을 밀어낸 업체는 100달러 이하 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유롱이다.

애플은 현재 동지는 떠나고 적만 남은 상황에 놓였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독불장군을 선택한 자는 애플이고, 쿡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는 ‘Stay foolish, stay hungry(우직하라, 갈망하라)’라는 금언을 남겼다. 그가 떠난 애플은 이제 ‘우직하지도(Neither foolish), 갈망하지도 않고 있다(nor hungry)’.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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