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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오바마 당선 유력> 중동 역풍<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토론 참패<1~3차 TV토론 지지율 하락>→샌디 반전<허리케인 피해복구 이미지 쇄신>…악재로 악재를 넘다
위기부터 재선까지…지지율로 본 양자대결 드라마
오바마 ‘기사회생’
경기침체·실업률 등 국정지지율 하락
TV토론 참패 한때 지지율 역전위기도
허리케인 복구로 유권자 마음 되돌려
 
롬니 ‘반격실패’
소수종교 단점 벗고 보수지지층 결집
갑부이미지·저소득층 무시발언 논란
런던올림픽 비교…英총리 비난받기도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쏟아부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대선 드라마가 6일(현지시간) 마쳤다.

지구촌 최대의 정치 드라마를 연출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드라마의 내용은 구설수와 테러 사건, 허리케인 등 외생변수들이 지배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금과 재정적자, 의료보험 비용을 놓고 두 후보가 접전을 벌였지만 두 후보의 정책 모두 정치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또 서로 상대방의 정책을 거짓이라고 비방하는 네거티브 TV 광고가 난무하면서 흑인 최초의 재선 대통령 탄생이냐 최초의 모르몬교 대통령 집권이냐는 상징적 의미는 퇴색했다.

두 후보 모두 좀처럼 지지층의 뭉치는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엄청난 TV광고와 유세물량전을 벌였지만 선거막판까지 부동층이 좀처럼 줄지 않은 지지부진한 대결이었다. 시청률은 높았지만 쏟아 부은 돈에 비해 작품성은 혹평을 받은 막장 드라마였다.

▶여름부터 본격 점화된 대결=2008년 대선 당내 경선에서도 초반 탈락한 롬니는 난장이들의 혈투로 불린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오바마와 양자대결 열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8월 27일 먼저 전당대회를 치른 롬니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소수 종교라는 약점을 벗고 보수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결집하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건강보험개혁 정책 등 중도 성향의 정책에 대한 보수진영 내부의 회의론이 전당대회 이후 사라지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오바마 행정부와 재정적자 예산 개혁을 두고 혈전을 벌이면서 극우 보수의 스타로 떠오른 폴라이언 하원 예결위원장을 부통령으로 지명하면서 공화당의 적자(嫡子)로 등극했다.

한편 여름 내내 오바마 대통령에게 악재가 많았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회복 둔화, 이란 핵개발 의혹에 따른 외교정책 비판론, 실업률 고공행진 등으로 국정지지율이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롬니 상승세는 9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힘없이 꺾였다. 오바마의 출정 연설보다는 민주당 최고의 스타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찬조 연설이 더 표심을 끌어들였다.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의 번영을 8년간 이끌었던 클린턴의 존재가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의 오바마에게 4년 더 맡기자는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악재가 악재를 덮어=오바마는 하지만 ‘9ㆍ11 테러’ 11주년에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으로 중동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그러나 며칠 뒤인 17일 이번에는 롬니가 “미국민 47%는 정부에 기대어 산다”는 저소득층 무시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추락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에 아웃소싱한 냉혈한 기업인 갑부라는 롬니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본인의 발언으로 더욱 부각돼면서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롬니는 이에 앞서 영국에서는 런던 올림픽 준비가 자신이 성공적으로 유치했던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비해 소홀하다고 말했다가 영국 총리의 격앙된 비난에 시달렸고, 이스라엘 방문기간에는 선거자금 기부자의 외국행 동반 등이 이슈화되면서 난처한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10월의 이변=이에 따라 9월 말께 오바마의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롬니를 크게 앞서면서 이미 상황 종료된 듯 보였다. 하지만 놀라운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s)’이 벌어졌다. 10월 3일의 TV 1차 토론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참패하면서 롬니는 10여일 만에 전국지지율을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황한 오바마가 2차와 3차 TV토론에서 더욱 더 강력하게 롬니에게 공세를 퍼부었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소폭 떨어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마치 드라마처럼 허리케인 샌디가 이 분위기를 한 방에 뒤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허리케인 샌디에 유세를 중단하고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국정 최고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다시 부각시켰다. 특히 오바마 저격수로 불린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가 오바마의 위기대응 능력을 격찬하고 중도 유권자들에게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면서 샌디는 오바마에게 행운의 돌풍이 됐다.

취임 이후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9월과 10월 7%대로 떨어진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 대선에 두 후보는 총 30억달러, 의회선거까지 합치면 6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선거비가 곧 경기부양책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돈이 지배했다. 또 함께 대선기간 토드 아킨 공화당 하원의원의 ’진짜 강간‘ 발언, 조 바이든 부통령의 ’쇠사슬’ 발언 등 양 진영에서 수준 이하의 행동과 실언이 이어지면서 워싱턴 정치지도자들의 수준 자체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고지희 기자>
/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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