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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스포츠 선수 부모로 산다는 것
독자에게 이메일을 받는 경우가 있다. 격려의 글도 있고 질타의 글도 있다. 의견의 상충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한 답장을 보내곤 한다. 글쟁이의 기쁨이 뭐 별다른 것이 있겠는가. 관심을 갖고 칼럼을 읽는 독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주 어느 독자로부터 장문의 글을 받았다. 이메일의 전송시간은 새벽녘이었다. 고민의 골이 깊었음의 반증이리라. 운동선수인 늦둥이 막내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가슴앓이가 심한 듯했다. 그 날, 같은 마음이 들어 쉽게 자리에 들지 못했다.

목표점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늘 여과지에 남게 된다. 놓여 있는 길은 일방통행뿐이다. 과정과 결과가 일치되는 지점을 그리며 전진하게 된다. 문제는 그 지점이 뿌연 안개 속에 봉착했을 때이다. 1만 시간 또는 5000 시간을 투여했음에도 손 안의 결과가 실망스러울 때 질곡에 빠지게 된다. 물러설 것인가 재정비 후 다시 나아갈 것인가.

운동선수를 둔 부모들은 유독 속병이 깊다는 통설이 있다. 자식을 뒷바라지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병치레를 겪는 경우가 있어서다. 모 프로골퍼의 아버지는 정작 딸의 우승 장면을 병상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딸아이의 난제를 해결해주느라, 막상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했다. 우승 후 딸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감내해야 했다. 유명을 달리한 어느 아버지의 사연도 있다. 효심 깊은 딸은 자신의 경기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이 러브 파더’라고 쓴 문구를 한동안 상의에 붙이고 다녔다.

모든 것을 다 가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유명 스타의 부모도 마음고생은 있다. 색다른 고민이다. 프로축구 선수의 아버지는 선거철에 정치권의 도움 요청에 시달리다 못해 해외도피를 하거나, 연락두절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스타선수와 부(富)는 연결선상에 있기에 가족 내에서 입지가 강화된다. 상실된 가장의 역할 때문에 부모는 또 다른 번민에 휩싸이게 된다.

한창 꿈나무를 키우는 부모들은 금전적인 고충에 시달린다. 집을 줄여 전세로 이사해서라도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1%를 만들기 위해.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자녀의 희생이 담보되어야 하니, 부모 가슴에는 또 다른 멍 자국이 깊어진다. 때로는 불법 찬조금 요청에 시달려야 한다. 자식의 허물을 부모가 대신 갚는 경우도 있다. 승부조작으로 입건된 자녀를 위해 절절한 심정으로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기도 한다.

자녀에게 시행착오를 할까 늘 부모는 두렵다. 선택과 결정은 자녀가 하지만 동반자로써 같은 길을 걷는 부모의 걱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허나 용기 있는 분들이다. 두려움과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지 않는가.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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