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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 “속물근성 없는 두 남녀의 사랑 담았죠” (인터뷰)
영화 ‘늑대소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꽃미남’ 송중기의 파격적인 변신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박보영, 그리고 연민을 자아내는 악인으로 변신한 유연석, 푼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엄마 장영남까지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성희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구성으로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조성희 감독은 단편영화 2009년 ‘남매의 집’, 2010년 ‘짐승의 끝’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남매의 집’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짐승의 끝’은 벤쿠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그런 그가 첫 장편 데뷔작 ‘늑대소년’을 통해 꾸준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 것.


최근 서울 종로구 누하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조성희 감독은 수줍어하면서도 소신 있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물으니 “반응이 무척 좋아 기분이 좋다. 상업영화를 처음 하는데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됐다.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늑대소년’과 같은 맥락을 이루는 판타지 멜로물은 기존에도 많이 영화화되곤 했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은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소품 하나까지 한국 정서에 맞췄어요. 마치 정이 느껴지는 초코파이처럼 말이죠.(웃음) 배경도 1960년대잖아요. 과거의 우리나라를 정확히 표현했다기보다는 현대와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영화의 주된 내용은 소년 철수와 소녀 순이의 교감과 사랑이다. 특히 송중기가 분한 철수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기도 하다. 그만큼 송중기의 비중이 크다.

“작품을 만들 때부터 ‘송중기를 캐스팅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캐스팅 과정에서 송중기를 원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잘 부합됐거든요. 송중기의 연기에 대한 야심과 열정도 한 몫했죠. 제 생각에 송중기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이었다고 봐요. 자칫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해줬고, 굉장히 많은 연구와 연습을 반복하더라고요. 대단한 배우인 것 같아요. 대배우가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친구에요.”

순수하기만 한 두 사람의 사랑을 끈질기게 방해하는 인물이 바로 지태다. 지태를 연기한 유연석은 “감독님이 너무 못되게만 편집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유연석이 연기하는 지태가 가장 불쌍한 인물이죠.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잖아요. 지태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잘못된 사랑 방식 때문이죠. 저는 지태 캐릭터에 애정이 있어요. 물론 유연석이 이전에 ‘건축학개론’에서도 강남 오빠로 밉상 캐릭터를 했기 때문에 악역 이미지가 심어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관객들이 지태의 입장을 이해하길 바라고 있어요.”

장영남을 제외한 송중기, 박보영, 유연석은 모두 같은 또래다. 그랬던 탓인지 실제 촬영 역시 마찰 없이 잘 이뤄졌다고.

“일단 성격이 다 원만하더라고요. 저도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엄청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어요. 장영남 선배나 연석 씨, 중기 씨, 보영 씨 모두 잘 지냈거든요. 특히 박보영과 송중기는 죽이 되게 잘 맞더라고요. 중기 씨가 워낙 장난기가 많아서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아요.”

이처럼 ‘늑대소년’은 배우들의 조합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하지만 극 중 철수가 늑대로 변하는 모습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CG(Computer Graphics) 효과가 약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소년이 늑대인간으로 변할 때 모습이 후레쉬맨 같다고 말하기도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저는 관객 분들이 봤을 때 소년의 모습이 털로 뒤덮인 징그러운 캐릭터이길 바라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 사람의 이목구비가 그대로 있고, 약간의 로맨틱한 모습이 남아 있길 바랐거든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제 뜻이 온전히 전해졌길 바랄 뿐입니다. 다시 하라고 해도 그럴싸한 괴물의 형체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평소 조성희 감독은 동물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고양이, 개, 비둘기, 개구리 할 것 없이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그는 “동물에게도 인간적인 감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은 한 번 정을 주면 그걸로 게임 끝이에요. 주인의 사랑을 확인하면 막을 방법이 없죠. 한 번 정을 주면 영원하더라고요. 그런 감성이 동물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거지만 굉장히 인간적인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에게도 그런 감성이 있을 수 있죠. 다만 찾아보기 힘들 뿐이죠. 그런 감성을 철수 캐릭터에 개입시켰어요.”

그렇다면 조성희 감독이 영화에 대해 전하고픈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죠. 주인공 두 명의 사랑이 우리 시대 사랑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이제 막 열여덟, 열아홉 살인 두 사람의 교감과 사랑이 굉장히 순수하게 보여졌으면 해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속물적인 것에서 자유로운 두 사람의 관계와 사랑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관객 분들도 그런 순수한 마음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요. 잊고 살았던 마음과 옛 시절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이처럼 조성희 감독은 자신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각박한 현대 사회와는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이 영화는 분명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재 감독이라고 불릴 만한 조성희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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