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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인’ 존 댈리, 유러피언투어가 살렸다
술 · 담배 달고 사는 무절제한 생활로 6년째 초청투어만 전전…내년 유러피언투어 톱시드 획득 기사회생
괴력의 장타자에서 술담배를 달고 사는 괴짜 골퍼로, 이제는 부르는 데가 있어야만 출전하는 필드의 낭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존 댈리(46ㆍ미국)는 지난 20년간 매년 화제가 끊이지 않는 뉴스메이커였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20대의 나이에 가공할 장타력을 앞세워 메이저대회를 제패할 때만 해도 세계 골프계의 지형을 뒤흔들 스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술과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는 무절제한 생활에다 엽기적인 패션, 경기를 하다말고 공이 다 떨어졌다며 중도에 기권해버리는 등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기행이 이어지면서 그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때야 기행으로 비춰지겠지만, 성적이 바닥을 헤매면 그냥 난봉꾼일 뿐이다.

하지만 2006년 이후 PGA투어 시드를 가져본 적이 없는 댈리를 우리가 필드에서 아직도 볼 수 있는 것은 스폰서 초청 케이스로 출전자격을 간간이 얻어왔기 때문이다. 초청 출전이야 대회 수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이것만으로 밥벌이가 될 리 만무하다.

댈리는 올시즌 미 PGA투어 15개 대회에 출전해 5차례 컷탈락하고 톱10에 한 차례 들어 48만8000여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하위권 선수를 위한 가을시리즈에서도 첫 번째 대회인 JT슈라이너스 아동병원에서 2라운드 8언더를 몰아쳐 톱10 입상을 바라보는가 했으나, 3라운드에서 무려 15오버파를 치는 부진을 보인 끝에 본선 진출 선수 중 최하위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내년 풀시드(상금랭킹 125위 이내)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이후 2개 대회마저 컷탈락하면서 결국 143위로 시즌을 마쳤고 가을시리즈 최종전은 불참키로 했다.

댈리는 대신 유러피언투어를 노렸다.

지난 2월 첫 대회인 카타르마스터스에서 4위에 올라 꽤 많은 상금을 획득한 댈리는 지난 28일 끝난 BMW마스터스에서 33위에 오르며 4만유로를 추가했다. 이 대회까지 10개 대회에 출전해 기권 1회, 컷탈락 1회를 기록했고 8개 대회에서 상금을 따냈다.

결국 29일(한국시간) 현재 28만5000여유로를 획득한 댈리는 상금랭킹 82위를 기록해 118위까지 주어지는 2013년 풀시드를 따내게 됐다.

댈리는 “시드가 있으면 전 세계 어떤 곳이라도 출전해 대회에 나설 수 있다”며 “만약 유럽 시드도 놓쳤다면 미 PGA투어 Q스쿨 출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 보이던 기인 댈리도 골프계에서 외면당하면 결국 별 볼일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취급을 받았던 고난의 시간이 그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했는지 모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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