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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불황의 그늘’ > 내수위축·기업 수익성저하 ‘악순환’
집 팔고 적금깨도 10만가구 대출 못 갚는다는데…
깡통주택 빚만 47조5000억원
잠재적 하우스푸어도 57만가구



‘10만1000가구’. 빚 갚느라 생활고를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 실태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가계부채를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당장 집을 팔고 금융자산을 청산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는 10만1000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갚아야 될 빚은 47조5000억원이다. 일명 ‘고위험 하우스푸어’다. 주택 가격이 오르던 좋은 시절,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지만 지금은 꿈도 잃고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월 기준으로 매입가 대비 아파트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가구는 약 16만7000가구”라면서 “이 중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약 9만8000가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들 가구는 각각 전체 가구의 0.56%, 금융대출을 보유한 가구의 1.0%에 지나지 않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금융위의 진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불황이 계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장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데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만 57만가구, 이들이 갚아야 할 빚은 149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연구원이 ‘고위험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나타난다. 전국 집값이 20% 떨어질 경우 하우스푸어는 14만7000가구로 확대된다. 여기에 소득까지 20% 줄어들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하우스푸어는 19만7000가구로 늘어난다. 이 경우 은행권의 손실규모는 각각 16조6000억원, 17조9000억원에 이르고, 금융회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약 1.4%포인트 떨어진다.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보는 것인데 ‘주택 가격 20%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최대치로 보기 어렵다”면서 “최악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달 우리금융그룹 전무도 “하우스푸어의 경우 부동산대책, 소득재분배 대책 등으로 정확하게 구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맞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이상호 신한은행 부행장은 “금융위기는 외부(해외)에서 올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금융주체들의 공포심은 확대되고 먼저 살려고 극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가 제약되고 소비 감소는 내수경기 위축과 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장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 대응방안과 컨틴전시 플랜에 대해 세심하게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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