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장르는 현재 세계 팝 시장의 트렌드인 일렉트로닉이다. 또한 이 같은 성공엔 유튜브를 통한 뮤직비디오 확산 등 논리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상당히 많이 작용했기 때문에, 이를 K-팝의 성과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그룹 더 솔루션스(The Solutions)의 첫 앨범 ‘더 솔루션스(The Solutions)’는 한국적 감성을 과감히 지우고 한국에 발붙이고 사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동경해봤을 영미권 메인스트림 스타일의 팝스러운 팝을 세련되게 뽑아냈다는 데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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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CD의 플레이 버튼 누르는 순간부터 청자의 뒤통수를 친다. 첫 트랙 ‘사운드 오브 더 유니버스(Sound Of The Universe)’는 제목의 의미인 ‘우주의 소리’처럼 국적을 짐작할 수 없는 사운드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세련됐으나 K-팝스럽지 않은 멜로디에 실린 영어 가사가 이질감 없이 귀에 감긴다. 이는 과거 한국 헤비메탈 태동기에 유행처럼 번졌던 억지 영어 가사와 민망한 발음과는 격이 다른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두 번째 트랙 ‘토크, 댄스, 파티 포 러브(Talk, Dance, Party For Love)’는 더 솔루션스의 음악적 밑천인 모던록에 유행의 첨단에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을 유려하게 엮어낸 수작이다. 리듬감 강한 베이스 라인은 음악을 견고하게 받치는 동시에 박자를 타고 놀며 댄스 뮤직이상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기교를 뺀 보컬은 음악을 더욱 ‘쿨’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앨범의 타이틀곡 ‘라인스(Lines)’는 90년대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등으로 대표되는 브릿팝(Britpop) 특유의 낭만과 결이 고운 멜로디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못지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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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시작, 사운드를 점층적으로 더해 격정적으로 끝을 맺는 ‘사일런스(Silence)’와 ‘브랜드 뉴 데이(Brand New Day), ‘나싱스 롱(Nothing‘s Wrong)’과 같은 곡에선 더 솔루션스 멤버들이 사춘기 시절에 매료돼 기타를 집어 들게 만들었을 수많은 음악들이 엿보인다. 드라이브감 넘치는 ‘아더사이드(Otherside)’와 같은 트랙의 후렴구의 중독성은 아이돌 그룹의 ‘후크송’ 못지않다. 앨범에 실린 11곡은 처음부터 철저히 계산된 듯 단 한 곡도 억지로 쥐어짜 집어넣은 느낌 없이 물 흐르는 듯 이어지며 귀를 즐겁게 만든다.
더 솔루션스가 이 앨범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을 빚어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기존의 그 어떤 K-팝보다도 전 세계적인 보편성을 갖춘 음악으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은 어느 날 갑자기 UK싱글차트 상위권에 올라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음악들로 풍성하다. 이 앨범은 일선에서 활동 중인 많은 뮤지션들에게 상당한 자극을 줌과 동시에 창작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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