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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대중과 소통해야 롱런…월드스타 싸이 · 국민MC 유재석 · ‘병만족장’ 김병만의 특별한 소통법
연예계에서 대중이 원하는 건 ‘가장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연기와 노래를 잘해야겠지만 연기를 가장 잘하는 배우,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 가장 잘 웃기는 예능인만을 원하는 게 아니다. 대중정서를 잘 파악해 소통을 잘하는 연예인을 원한다. 대중은 이런 연예인을 지켜준다. 그런 스타가 롱런하는 시대다. 유재석은 기자들이 비판하기 힘든 예능인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실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타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잘 이뤄내는 연예스타의 방식과 전략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돼 의미가 부여된다. 그래서 이 시대의 보편적인 리더십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싸이“Dress Classy Dance Cheesy”

싸이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대중 정서까지도 잘 파악했다. 싸이의 소통전략은 내용물은 A급, 포장지는 B급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Dress Classy Dance Cheesy’(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싸구려처럼)이다. 싸이가 미국 NBC ‘엘렌쇼’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며 했던 이 말은 미국에서도 명언으로 떠올랐다. 영어 알파벳을 절묘하게 배치시키고 알파벳 개수까지 맞춘 이 말은 미국인에게도 통한 모양이다. 치즈 냄새가 난다는 싸구려라는 뜻인 ‘Cheesy’라는 단어의 선택은 특히 절묘했다는 평이다.

내용물이 A급이고, 포장지가 A급이면 소통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중정서는 “잘난 체 한다”고 하고 “재수없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소통법은 대중매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교양프로그램에서조차 이 방식은 잘 안 먹힌다. 또 내용물이 B급이고, 포장지도 B급이면 불특정다수가 보는 대중매체에 담기 힘들어진다. 콘텐츠 완성도나 스타일 등이 모두 조악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 등 제한된 매체 내에서만 유통 가능하다.

대중매체가 원하는 건 내용물은 A급이고, 포장지는 B급이다. 싸이는 11년 동안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발전시켜온 아티스트이면서도 시대적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좀더 웃기고, 좀더 한심하게’다. 이런 싸이를 ‘날라리’ ‘똘끼 충만’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최적의 소통방식을 쓰는 연예인이라는 뜻이다. 일반 대중보다 더 웃기고 무식하게 보이게 하는 전략은 전문가나 문화를 깊게 향유하는 자를 너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게 한다. 싸이가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공연할 때 말춤을 추는 중년 아줌마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유재석, 스스로 낮춤으로써 더 높이 날다

유재석은 ‘무한도전’과 ‘런닝맨’에서 다른 멤버를 이끌어주는 팀장이면서 모든 멤버와 소통을 잘하고 있다. 집단MC 체제에서 소통 잘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과 소통을 잘할 수 있다. 유재석의 소통방식은 모든 국민이 지켜보면서 장단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방송콘텐츠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능을 7년간 함께하면서 후배를 이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시청자도 알고 있다. 멤버 각자가 존재감이 있어야 하므로 자기 살기 바쁘고, 그래서 후배도 방송분량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 ‘정글’이라는 예능 생태계에서 1인자의 역할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지만 유재석은 이 쉽지 않은 멤버로부터 각별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데 귀감이 되고 있음을 ‘무한도전’ 300회 특집은 잘 보여주었다. 유재석은 노홍철과 하하가 대화를 나누던 텐트를 찾아가 “내가 있는 게 지금은 (너희에게) 든든할지 모르지만, 내가 있는 것이 너희들이 능력을 펼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반드시 그런 날은 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능력을 펼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후배에게 조언했다.

노홍철과 하하는 “듣기도 싫다. 그런 말 하지 마라”고 말했다. 하하는 “(그런 말 하면) 울렁울렁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노홍철은 자신이 방송에서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차 운전대도 잡아주고 말도 걸어주면서 자신이 방송을 잘할 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어준 일화를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재석 리더십을 흔히 배려 리더십, 서번트(섬김형) 리더십이라고 한다. 스스로 낮추면 자신은 더 높이 날 수 있는 소통방식이다. 유재석의 배려형 소통방식을 자세히 보면 남 띄워주기가 아니다. 이런 방식은 너무 자주 사용하면 칭찬 남발이 되고 가식적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유재석 ‘배려’의 요체는 칭찬 남발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후배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사, 고민거리를 누구보다 주의깊게 살핀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집어내 후배의 이야기가 방송을 타게 한다. 하하와 노홍철이 유재석을 ‘무한재석교주’로 모시고, 박명수가 1인자로 지속적으로 인정해주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김병만의 성실과 노력…웃기지 않아도 인정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 병만족의 족장이다. 정글이라는 한계상황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병만의 소통전략은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김병만은 후배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등의 지시를 별로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게 만든다. 김병만은 정글에서의 적응력은 어느 누구보다 월등히 높다. 새총으로 오리와 뱀을 잡고, 잡은 동물을 해체해 요리하는 일은 도시에서만 살았던 다른 연예인을 놀라게 할 정도다. 정글에서는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과 수영강사 출신 이태곤보다도 훨씬 더 잘 적응한다. 그는 “운동선수가 정글에서 잘 적응하는 게 아니다. 시골 깡촌의 촌놈이 더 잘 적응한다”고 말한다.

김병만은 어린 시절 뱀과 쥐를 잡아먹던 시골 대신 무대만 정글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병만이 카메라가 꺼져도 여기저기 돌아다니자 후배도 자신의 일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도 일상과는 너무도 다른 정글에서 생존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거기에 팀장이 일일이 간섭하고 사사건건 업무를 체크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다. 하지만 김병만은 후배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면서 후배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 보람을 느끼게 한다. 후배는 물론이고 마초성이 강한 추성훈까지도 김병만을 무한신뢰하고 전폭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병만은 웃겨야 인정받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성실과 노력이라는 가치를 접목시켜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웃기지 않아도 리더로서의 자질을 인정해준 것이다. 만약 김병만이 버라이어티계의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을 부러워하며 이들을 좇아갔다면 요즘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는 말을 잘 못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김병만은 “유재석과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 말 잘하는 MC가 부럽지만 내가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귤은 사과가 될 수 없다. 내가 입맛에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귤이라면 색깔을 진하게 하고, 당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병만은 예능의 새로운 ‘놈’인 ‘성실과 노력’으로 감동을 주며 새로운 소통체계를 만들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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