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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오다
“김인권은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에요. 제가 코미디를 만드는 방향이 진지한 드라마와 섞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는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잘하는 배우였죠. 함께 ‘방가방가’를 하면서 그 이해의 폭이 넓어졌죠.”

육상효 감독은 지난 2010년 영화 ‘방가방가’ 이후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에서 김인권을 또 다시 주연으로 선택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김인권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영화에 담아냈다.

“김인권은 치밀하고 논리적인 배우에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 줄 때도 있어요. 애드리브 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지고 자기 결론을 도출하는 스타일이에요. 전체적 스토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촬영 전에도, 직전까지도, 끝나고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견이 생길 때는 대화로 합의된 결론을 이끌어내는 편이죠.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납득이 안 된 상태에서 하라는 거는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가 가지는 고유의 힘이나 이야기, 편집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그의 노력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드러났다. 흔히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오프닝 부분도 감독만의 고유의 색깔이 묻어났다.

“자막을 CG로 처리해서 소개하는 것이 거북했어요. 이걸 ‘강철대오’에 맞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스태프들도 ‘이게 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완성된 영상을 보고 다들 즐거워했죠.”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이미 제목 안에서부터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육상효 감독이 담고자 했던 이 작품의 제목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

“강철대오라는 말은 당시 학생운동권에서 많이 사용했던 용어에요. ‘강철 같은 진형을 짜서 독재에 항거하자.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또 강철은 그 당시 많은 책들의 제목에 등장했어요. 혁명을 향해 가는 상징처럼 쓰였죠. 주인공의 이름이 대오니까 ‘철가방 대오’를 표현하는 의미도 되고,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박철민의 철가방 대열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철가방이 ‘강철이냐 아니냐’라고 논의하기도 해요. 그들도 자신들만의 혁명을 향해 간다는 의미가 있어요. 원래 처음 제목은 ‘구국의 강철대오’였는데, 관객들에게 조금은 쉬운 말을 쓰자는 생각에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게 된 거죠.”

육상효 감독의 작품에는 항상 ‘사랑’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그는 남녀간의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강철대오’도 “일종의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했다.

“‘강철대오’에서는 사랑이 결국 혁명인 셈이죠.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점은 사회적인 배경이 있다는 거죠. 내가 했던 사랑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이 했던 사랑이 그 존재를 걸고 변혁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강철대오’는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담으려고 했어요.”

‘강철대오’에서는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김인권과 더불어 박철민의 애드리브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박철민은 보면 볼수록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애드리브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의 연기가 작품에서 타당하고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거라 생각하죠. 본인 자체가 대사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준비해 오는 거죠. 간혹 의도에 따라 편집되는 부분도 있지만, 나중에 따로 보고 있으면 정말 웃기는 장면도 많아요. 급박한 촬영 현장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까먹으면 촬영이 끝나고도 전화해서 따로 촬영해서 넣으면 안 되냐고 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때는 저에게 말을 안 한 채 슬쩍 끼워넣고 스태프들 반응이 좋으면 밀어붙이기도 해요. 아무튼 애드리브에 있어서는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품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어 하는 육상효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 놓았을까.

“주인공은 배달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은 시위를 하고 있죠. 그 반대편에 있는 전경들이나 미국 사람들까지도 젊은이들이에요. 이러한 위치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똑같은 애정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지고 보면 다 같이 자장면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잖아요.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빼면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시위하는 학생들도 군대에 가면 전경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육상효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강철대오’는 ‘사랑을 하러 갔다가 혁명을 하면서 나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끝으로 ‘강철대오’를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로맨틱 코미디 적인 유머와 사랑이 있는 따뜻함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강철대오’를 보며 많은 공감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담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들 고생하며 열심히 만든 작품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깊어가는 가을, 철가방 대오가 전하는 따뜻하고 뭉클한 첫사랑 이야기를 통해 아날로그적 향수와 추억을 가지고 가길 바란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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