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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원삼-최형우 통했다…류중일의 ‘생각대로 시리즈’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상대 구단 모기업의 광고카피를 갖다 써서 미안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생각대로 시리즈’다. 적어도 2차전까지는 그렇다.

‘프로감독 2년차’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가 보통이 아니다. 지난해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정규리그·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까지 3관왕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 2년차 징크스도 있을 법 한데, 올해 한국시리즈를 보니 ‘수’가 더 많고 깊어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이 25일 벌어진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승제) 2차전서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최형우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SK 와이번스를 8-3으로 완파했다. 삼성은 안방에서 2연승을 쓸어담으며 통산 6번째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의 수훈갑 장원삼과 최형우는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이자 ‘믿음의 작품들’이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올시즌 다승왕(17승) 장원삼을 1차전이 아닌 2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선발 운용. 류 감독은 “2차전이 매우 중요하다. 1차전에 이기면 2차전서 그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고, 만약 패하면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하기 때문”이라며 장원삼을 2차전에 기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네가 우리 팀의 에이스”라는 강한 믿음도 심어주고 부담도 덜어주는 1석2조 효과. 장원삼은 올해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보였지만 사실 SK전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4경기서 3승1패, 방어율 4.43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1차전 승리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장원삼은 이날 칼날 제구력으로 6이닝 2피안타(1홈런) 7탈삼진 1실점으로 완벽하게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오래 쉰 탓에 경기감각이 무뎌졌는지 1회에는 만루를 허용하는 등 모두 30개의 공을 던지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박정권을 뜬공으로 잡아내 실점위기를 벗어나면서 공끝이 무섭게 살아났다. 2회 이후엔 정근우에게 솔로포 하나를 허용한 것 외에는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를 밟지 못하게 했다.

이날의 히어로 최형우는 류 감독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한 케이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는 올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누가 한국시리즈에서 미칠 것 같나. 즉 가장 유력한 한국시리즈 MVP 후보를 뽑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체없이 “최형우”라고 답했다. 류 감독은 “최형우 자신이 MVP를 탈 수 있을 것같다고 하더라”고 웃으면서도 “정규시즌 후반부터 타격이 살아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큰일을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국 최형우는 감독의 믿음에 팀 사상 첫 한국시리즈 그랜드슬램으로 멋지게 화답했다. 최형우는 2-0으로 앞서던 3회 2사 만루 찬스에서 상대 선발 마리오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월 만루포를 터뜨렸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6-0이 됐고 삼성은 최형우의 이 한 방으로 2차전 승리를 따냈다.

최형우는 경기 후 “(전날 결막염에 걸려) 눈이 안 좋아 그냥 냅다 휘둘렀는데 맞았다”며 “두 달 홈런을 못 쳤는데 그 짜릿한 맛을 오랜만에 느껴 좋았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1일 웨딩마치를 울리는 최형우는 이날 MVP에 선정되며 기쁨이 배가됐다.

기막힌 투수 교체 타이밍과 불펜진 운용으로 따낸 1차전, 장원삼-최형우 두 믿음의 작품들로 가져온 2차전. 류중일 감독의 ‘생각대로 시리즈’가 한국시리즈 마지막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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