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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땅콩’의 아름다운 퇴장…LPGA 8승 김미현을 기억하며
김미현(35ㆍKT)이 지난주 LPGA 하나 외환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필드를 떠났다. 김미현은 우리나라에서 레전드로 통하는 박세리(35ㆍKDB)와 함께 골프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땅콩, 작은 거인으로 불리며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의 김미현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김미현은 155㎝의 단신으로 페어웨이 우드샷을 잘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듬해인 1999년 LPGA에서 신인왕을 차지했고, 통산 KLPGA 11승, LPGA 8승을 일구어냈다.

운동선수의 체구로는 조금 작은 감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세계에서 통하지 않을 거라 우려했지만, 그 어느 선수보다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승수를 쌓았다.

오랜 발목 부상으로 1년여 넘게 제대로 걷지 못하고 다리를 끌고다니면서도 선수 생활을 해왔던 김미현은 재활을 통해 다시 필드에 서고 싶어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은퇴를 선언했다. 다른 선수였으면 예전에 선수 생활을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을 한 번 더 꿈꾸었던 김미현은 끝까지 재활 훈련을 하며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이번 은퇴 경기에서도 다리를 절뚝이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 갤러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필자가 기억하는 김미현은 누구보다 강한 집념과 열정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부터 승리를 향한 남다른 승부욕을 지녔다. 서리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서도 스코어가 좋지 않거나 볼이 잘 안 맞으면 덥다며 반팔 티셔츠를 입고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요즘 선수들을 보면서 LPGA 1세대와의 차이점을 느끼는 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을 보면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안 되면 말지’하고 쉽게 체념하고 빨리 잊어버린다. 그런 부분이 어쩌면 지혜로운 방법일 수도 있다. 좋지 않은 기억을 잊고 다시 새롭게 앞을 향해 매진하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집념과 승부욕이라는 부분에서는 1세대들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LPGA 1세대 선수들의 눈빛에는 언제나 우승을 향한 갈망이 불타오른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분하고 억울해서 잠 못 이룬다. 인생을 즐기는 건 그들에게 관심사가 아니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나갔다.

그러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지금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더 안정되고 편안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미현은 이러한 부분에서 그 누구보다 앞선 선수였고, 그랬기에 체력이나 신장의 열세를 당당히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설 수 있었다.

김미현의 아름다운 퇴장을 지켜보며 못내 아쉬움이 남지만, 또 다른 곳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발걸음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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