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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성진> 누구를 위한 체조협회 인가?
손연재에게 체조협회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것인가, 협회가 통제할 수 있는 순한 양인가. 하나의 스포츠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맞기 위해서는 슈퍼스타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골프의 박세리,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이 그런 경우다. 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들 종목에서 한국선수가 세계 정상에 설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골프는 LPGA와 PGA투어에서 괄목할 만한 위치에 올랐으며, 김연아와 박태환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제도권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아니, 자랄 수가 없었다. 해당 협회와 해당 스포츠가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는 법. 당연히 균등한 조건과 균등한 혜택 하에서 운동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모든 걸 팽개치고 헌신한 부모의 희생과, 거액을 투자한 기업의 힘으로 성장했다. 박세리에게는 삼성과 CJ가 있었고, 김연아에게는 현대자동차와 KB금융, 박태환에게는 SK텔레콤이 있었다. 개인종목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국제무대 경험이 필수적이다. 제한적인 협회의 재정으로 특정선수에게(비록 그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해도) 거액을 지원할 수는 없다. 일반 대회나 여타 유망주들의 훈련비용 등은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지난 17일 이탈리아 초청대회 선수등록을 하기 위해 출국하려던 손연재를, 체조협회가 출국하지 못하게 한 조치에 대해 많은 스포츠관계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등록선수를 규정대로 통제하려는 협회의 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내 침묵하다 느닷없이 통제권을 발동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협회가 배제된 채, 손연재가 소속사 및 후원사의 통제 하에 움직이는 상황이 거슬렸다는 느낌을 준다. 박태환도 한때 이런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후원사와 수영연맹의 협의로 극복했고, 결국 대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체조협회의 복안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의 방식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협회의 권위가 서고, 선수가 다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닐 수 없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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