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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초 편지’ 황대권의 ’장작 명상법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흔히들 명상이라고 하면 정적인 모습만 떠올리는데 매우 격렬한 동작일지라도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관(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명상이 된다.“

‘야생초 편지’로 잘 알려진 황대권 씨의 이른바 ‘장작 명상법’이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감옥생활을 하며 야생초화단을 꾸렸던 그가 출소 후 전라도 산골에서 제2의 야생초 삶을 이어가며 깨달음을 엮어냈다. ‘고맙다 잡초야’(도솔)는 인가라곤 없는 산속에 컨테이너를 놓고 생활하며 땅과 싸우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산중생활의 이야기다.

그의 의식주 생활을 들여다보면 좀 기이할 수 있다. 인가가 없는 곳이다 보니 어느 날 빨래하기 귀찮아 꾀를 내 홀딱 벗고 일하다 급소를 벌에 쏘이고 만다. 그때 번개 같은 깨달음이 온다.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를 유약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것이란 걸. 그리고 유약해진 나는 예전처럼 함부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친 밥에 시원찮은 반찬으로도 맛있게 밥을 먹는 방법도 소개한다. 반찬이 아니라 밥 위주의 식사다. 반찬 두세 가지에 유기능 현미잡곡밥을 지어, ‘씹는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먹거리를 자신이 수확한 것으로 채운다. 돌투성이 산록을 개간해 만든 그의 농장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엔 가장 박한 데서 자란다는 칡과 억새, 가시딸기, 쑥 ,망초들만 가득했다. 독한 잡초들이지만 이들의 뿌리가 거친 땅속으로 파고 들면서 흙을 보슬보슬하게 바꿔놓는다. 그의 산중일기는 자연회귀의 통찰과 자연의 역설로 가득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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