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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혁, “고타마는 내 목소리가 처음 담긴 소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로 불리며 누적판매 1000만부를 넘어선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48)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첫 판타지 소설 ‘고타마’(비룡소)를 냈다. 이우혁은 이 소설을 두고 “내 목소리가 처음으로 담긴 소설”이라고 했다. 소설가란, 소설쓰기란 무엇인가, 긴 회의 끝에 얻어낸 답이 소설에 들어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 소설은 열세살 딸을 위해 작정하고 쓴 소설이다.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마법, 마왕, 용, 전쟁이라는 진부한 틀을 따르고 있다. 이야기는 이스트랜드의 유약하고 겁 많은 둘째 왕자 듀란이 가공할 힘을 가진 크롬웰의 공격에 무참하게 무너질 위기에서 반딧불 같은 작은 빛의 존재인 고타마의 도움으로 자기 안의 힘의 정체를 깨닫고 지켜낸다는 게 대강의 줄거리다.

소설이 중세의 클리세와 서양 판타지의 틀을 따르고 있지만 이는 그저 스토리 장치일 뿐이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틀을 통해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펴 나간다.

그는 “청소년기에 고민하는 주제들, 가령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뭐냐, 이런 어렵고 추상적인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수용할 수 있도록 담아 썼다”고 했다.

작가는 망설이고 나약해보이는 듀란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힘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이란 점을 들려주고자 한다. 힘을 원하는 듀란은 고타마로부터 구하기만 하면 어떤 힘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조건은 까다롭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힘을 구하려면 막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생각을 집중하고 상상력을 구체화해야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 안의 생각의 발전소를 가동시키길 기대한다.


‘고타마’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사실 작가 자신에게 더 의미가 크다.

그는 글쓰기 20년 만에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됐다.

작가는 “이전의 소설들은 대부분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들”인 데 반해 ‘고타마’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쓰고 싶은 얘기를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소설을 왜 쓰냐’는 문제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그 고민으로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그때 다가온 게 소설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는 “주도를 잡고 나니 소재의 제약이 없어졌다”고 했다. 스토리는 장치일 뿐이며, 의도를 전달하는 데 스토리를 이용하는 것뿐이란 얘기다.

‘고타마’는 ‘퇴마록’ ‘치우천왕기’ 등 한국적인 얘기를 배경으로 삼아온 작가로선 일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칫 서양 판타지를 베꼈다는 오해를 불러올 소지도 있지만 소설쓰기에 대한 그의 입장은 확고하다.

소설가란 쓰고 싶은 걸 쓰는 것, 전달하려고 하는 게 뭐냐가 중요하다는 일념이다. 그는 “그동안 한국적인 배경의 소설을 많이 써왔는데 이젠 한국적인 데만 한정한 사고가 되질 않는다”며, 사람의 본성적인 측면을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한정해 좁게 잡으면 오히려 쓰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 이번에 그는 그런 제약들을 훌훌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냥 소설가”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거리낄 게 없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진부한 중세의 클리세, 서양의 판타지 요소를 끌어다 쓴 건 상상력이 너무 모자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데, 그는 이는 의도적인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건 일부러 끌어온 거예요. 전혀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설정하면 그걸 이해하는 데 청소년들이 시간을 다 보낼 수도 있어요. 제 이야기 파일에는 70~80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각각 장ㆍ단점이 있는데, 편한 설정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겁니다.”

그는 이런 작위를 ‘선 조절’이란 말로 설명했다. 그는 이번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스땅달, 까뮈, 크롬웰, 까미유, 모네, 크락소스 같은 이름들을 지어주었다. 이 역시 의도적이다. 딸의 교육용이란 것. “다 예술가들의 이름들이잖아요. 청소년들에게 이런 데도 관심을 가지라는 거죠.”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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