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매혹의 여인 카르멘, 색채로 관객을 홀리다
[헤럴드 경제=문영규 기자]“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는 조심하세요.”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매력을 가진 카르멘은 얄밉게도 수많은 남자들을 홀리며 사랑을 빼앗아갔지만 그는 결국 사랑이 증오로 바뀐 돈 호세의 칼 앞에서 자유를 외치며 쓰러져갔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오페라 ‘카르멘’의 카르멘은 돈 호세와 에스카미요 뿐만 아니라 객석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도 빼앗아갔다.

조르주 비제가 1875년 파리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모습을 카르멘이란 인물을 통해 전한다.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이번 공연에서는 아비뇽 오페라, 오랑쥬 합창제, 니스 오페라 등 프랑스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Paul-Emile Fourny)가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아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고자 했다.

오페라 ‘카르멘’은 1막 부터 병사들이 주둔하는 막사와 1800년대 군인들의 모습 등을 소품과 함께 정교하게 표현했고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한 ‘거리 소년들의 합창’은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했다.

오페라 ‘카르멘’의 한 장면. 카르멘에 대한 증오로 카르멘을 찌르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를 지켜보는 돈 호세. [자료제공=국립오페라단]

메조 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Kate Aldrich)가 연기한 카르멘은 매혹의 집시여인 카르멘 그대로였다. 격렬하게 싸우며 회색 옷의 거친 담배공장 아가씨가 되기도 했고 돈 호세를 유혹하며 머리에 꽂은 붉은 색의 장미가 유난히 인상적이기도 했다.

카르멘 역의 케이트 올드리치가 부르는 ‘아바네라-사랑은 제멋대로인 한 마리 새’는 자유로움을 추구한 영혼 카르멘의 가시 돋쳐 피어난 아름다운 장미같은 모습을 그대로 담은 노래였다.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의 세가지 색이 잘 어울렸던 3막의 카르멘은 투우사 에스카미요와 함께 위풍당당히 등장했다. 오래지 않아 성모상 아래에서 연인이었던 돈 호세에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카르멘은 장미꽃들과 함께 붉게 빛났다.


장-피에르 퓌흐랑(Jean-Pierre Furlan)은 원치 않은 사랑을 시작하면서도 카르멘의 매력에 빠져 애정과 증오로 가득찬 돈 호세 역을 잘 표현했고 중앙의 투우장을 형상화한 원형 무대는 장면에 맞게 회전하며 1800년대 스페인을 잘 묘사했다. 의정부시립합창단과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함께 한 ‘투우사의 노래’ 역시 무대를 빛냈다. 벤자망 피오니에(Benjamin Pionnier)가 지휘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카르멘 서곡 역시 인상적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오페라 ‘카르멘’을 공연하기로 결정했다. 잘 알려진 이야기, 귀에 익숙한 멜로디와 노래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고 원작의 감동을 색채와 함께 잘 살렸다.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은 다음달 28일 부터 12월1일 까지 슈트라우스의 작품 ‘박쥐’를, 12월22일부터 23일까지 푸치니의 ‘라보엠’을 공연할 예정이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