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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기술자 ‘전직 증권맨’에 들어보니…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슈퍼개미도 결코 작전세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소형 증권사 출신으로 현재 작전세력에 가담해 있는 이재영(36ㆍ가명) 씨를 몇번의 요청 끝에 어렵사리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작전세력 이기는 주식 고수도 있냐”는 첫 질문에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물론 이긴다는 개념을 수익을 내는 여부로 따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지만 주식 고수나 개인투자자 때문에 작전이 실패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주식을 잘 알고 다년간의 경험을 갖고 있어 소위 ‘고수’ 혹은 ‘슈퍼개미’로 통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 역시 작전세력의 ‘떡고물’을 얻어먹을지언정 작전을 방해할 만한 트레이딩 기술이나 자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작전에 동원되는 자금은 어마어마하다”며 “대개의 경우 60억~100억원을 쓰지만 경우에 따라 140억~150억원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슈퍼개미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작전을 뒤엎을 일도 만무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이재영 씨는 강남의 한 부티크(소규모 사설 투자회사) 소속으로, 작전세력에서 주식 전문 트레이딩을 맡고 있다. 일명 ‘기술자’로 불린다. 이 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좋은 넥타이에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OO 강남지점 증권맨이었다. 그러던 그가 증권사를 나와 작전세력이 된 것은 영업실적 때문이었다.

그는 “강남지점이라지만 소형 증권사 직원은 영업에 한계가 있다”면서 “OO증권사 출신 대학 선배를 통해 소위 ‘작전세력’이라는 사람들을 접하게 됐고 그 세력의 계좌관리와 주식 매매를 도우면서 영업실적과 함께 돈을 조금 만지게 됐다”며 작전세력과의 첫만남을 설명했다.

돈의 맛을 한 번 본 이 씨는 증권맨의 넥타이가 너무 갑갑했다. 서너 차례 작전 주식의 매매를 맡다 보니 직접 작전세력이 돼 큰돈을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입사 4년 만에 사표를 던진 이 씨는 같이 작전을 하던 사람들로부터 강남의 한 부티크를 소개받고 취직했다. 말이 취직이지 출퇴근 개념도 없는 직장이었다. 그는 “부티크의 일은 마치 TF팀 같다”며 “기업 인수ㆍ합병 등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나면 두둑한 주머니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최근 2~3년 동안 부티크에서 비상장 펄(pearlㆍ우량 건실기업)과 상장사 셸(shellㆍ껍데기 기업)을 연결해 주가를 띄우는 작업을 했다. 그는 “부티크에서 일하는 6명이 우회상장 컨설팅과 주식 작전으로 한 해 벌어들인 돈이 웬만한 중소기업 1년 매출을 훨씬 능가한다면 믿겠습니까”라며 허세를 부렸다.

사실 허세가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코스닥기업 C사, R사, D사는 최근 3년 새 엄청난 주가급등으로 주식 차트를 보기가 끔직할 정도다. 급락 땐 ‘여럿 죽이겠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 정도다.

이 씨는 “작전세력이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메이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줄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인 뒤 “사실 일반투자자들이 깡통계좌를 찬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도 들지만 사실 이쪽 종사자들은 주식을 잘 모르면서 고수익만 좇은 개미들이 어리석어 보인다”고 훈계(?)까지 했다.

사실 그도 지난해 또다른 작전세력인 ‘설계자’와 ‘전주’에게 배신을 당해 크게 낭패를 봤다. 이 씨는 “작전세력 간에도 배신을 밥먹듯 한다”며 “금융피라미드 조직과 함께 작업하다가 쇠고랑 찰 뻔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기는 이 바닥도 마찬가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이 씨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려댔다. 대답은 한결 같았다. “20개? 우리는 30개 정도 준비 가능한데…” 나중에 들어보니 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20억, 30억원을 뜻했다. 그는 또 다른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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