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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방향타 잃은 용산역세권 개발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31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 임기 말을 맞은 정부에서 다들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차기 정부에 사회ㆍ경제적으로 엄청난 짐을 지울 ‘폭탄’이 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경제민주화, 가계부채 대책 등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대통령 당선 후 첫 과제는 서울 한복판에서 추진되던 초대형 사업의 파산 뒷수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얘기다. 이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오는 19일 이사회 결과에 따라 12월에 금융이자 145억원을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사업규모가 4대강(22조원)보다도 큰 31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다. 그런데 2007년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은 신기루로 끝날지도 모를 운명에 놓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자기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투자사들의 이해가 대립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업 추진과정을 돌이켜보면 출발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한몫 챙기려 했던 ‘한탕주의’ 성격이 짙었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부채 4조5000억원을 용산의 철도정비창 개발 이익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부동산 버블을 잡기 위해 임기 내내 전쟁을 치렀던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개발 이익을 통해 공기업의 부채를 해결하려 했던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2008년 몰아닥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자금 조달이 제대로 안 되면서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급기야 코레일은 지난해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땅값을 받지 않고, 4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지면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 4160억원을 납부하겠다고 약속해 숨통을 텄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대주주였던 삼성물산이 지분을 포기하고 떠났다. 그런데 1년여 만에 4000억원 중 남은 25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앞두고 코레일과 AMC 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이견을 노출하면서 사업이 다시 올스톱 위기를 맞았다. AMC는 드림허브의 개발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는 회사다.

핵심 쟁점은 코레일이 AMC의 최대주주가 되느냐 여부다. 코레일은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최대주주가 되지 못하면 이사진을 철수시키고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2500억원의 CB 발행이 결정되지 않으면 자금 부족으로 드림허브는 오는 12월 부도 위기에 처한다.

코레일과 롯데관광은 사업 방식이나 CB 발행 요건, 사업 전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사업 부진 속에서 다들 자신만 살기 위한 출구전략에 몰두한 모습이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민간사업자들을 이끌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자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만 찾고 있는 듯하다. 출자사들도 단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추가 부담에 인색한 모습이다. 사업 확장에 역할을 했던 서울시는 시장이 바뀐 후 지원은커녕 사실상 주민 재동의를 받는 등 딴죽을 걸고 있다.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31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 임기 말을 맞은 정부에서 다들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차기 정부에 사회ㆍ경제적으로 엄청난 짐을 지울 ‘폭탄’이 되고 있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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