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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y>위기의 증권가, 일본 바람 왜?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서울 여의도 증권가(街)에 부는 때이른 찬바람이 매섭다. 그 바람의 진원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른바 증권업계 위기론이 기정사실화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업황이 침체하고 있다는 다급한 진단이 속속 들려왔다.

그리고 10월,위기를 타개할 묘책으로 떠오른 방안 중 하나가 ‘일본으로부터 배우자’는 움직임이다. 증권업 위기에 관한 한 일본은 우리의 선배 격이다. 약 20년 전 일본 증권업은 우리와 흡사한 위기를 겪었지만, 치열하게 돌파구를 찾아 재탄생한 ‘부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증권업 위기는 구조적 위기=증권업 위기는 증권사 지점과 직원 수의 감소로 쉽게 감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우리 삼성 대우 한투 현대 동양 대신 하나대투 미래에셋 신한)의 지점 수는 작년 3월에 비해 122개나 감소했다. 꾸준히 늘어나던 증권사 직원 수 역시 올해 들어 줄었는데, 이는 2007년 이후로 처음이다.


문제의 근본은 증권사가 위탁매매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국내 자본 기준 1~42위 증권사 모두 순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른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매매회전율이 좋은 개인 비중이 감소하고 있고, 주가지수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위탁매매 수수료를 주수익원으로 하는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탁매매 위주의 수익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일본은 어떻게 위기를 돌파했나=1990년대 일본 증시는 버블 붕괴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긴 침체기를 걸었다. 거래대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50%에 이르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줄었다. 일본 증권업의 현재 종사자는 여의도의 위기를 보고, 등골 서늘한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두 나라 증권업의 위기는 매우 닮아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일본 증권사는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를 택해 위기를 돌파했다. 먼저 노무라 다이와 닛코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자산관리형’ 증권사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투자신탁이나 자산종합관리계좌와 같은 업무를 통해 자산관리수수료 수입을 증가시켰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타사와 차별화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초반 고객을 선점했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ㆍ출시하면서 초반 우세를 단단히 다졌다. 노무라증권이 일본의 간판 증권사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러한 재빠른 위기인식 능력과 대처가 있었다.

반대로 중소형 증권사는 온라인 증권사로 탈바꿈했다. 개인의 온라인 주식매매 확대 움직임을 포착해 거기에 집중한 결과였다. 대표적 온라인 증권사로는 SBI 라쿠텐 카부닷컴 마쓰이증권 등이 있다. 또 온라인 주식매매가 둔화할 때쯤 이들은 특화를 통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마쓰이증권은 15개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방대한 판매채널 확보, 카부닷컴은 수수료 체계 다양화, 라쿠텐증권은 해외투자 정보서비스 강화 등을 내세웠다.

▶증권업 변신, 자산관리 혹은 해외 진출=현재 일본의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중국주와 같은 특정물에 특화한 매매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해외 진출을 통해 기관영업(홀세일)을 확대하려고 시도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증권사 변신의 방향 중 하나는 ‘자산관리 부문 강화’다. 자산관리 부문은 속성상 증권사와 고객의 이해가 일치하는 장점이 있어 고객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 고객 운용자산 수익증가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도 증가하는 ‘동반성장’ 구조인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54조원 중 증권업이 운용하는 액수는 10조원(18.4%)에 불과하다. 은행(49.4%), 보험(32.1%)에 비해 열세다. 증권사가 자산관리 부문에 힘을 쏟아야 할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부문의 성패는 좋은 상품과 높은 수익률을 통한 고객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상품 설계능력과 수익률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변신의 초점은 다양하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기존 증권사 간 차별화한 질적 서비스가 필수이고,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기업고객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인수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기업고객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존에 몸부림치며 일본 증권사가 걸어야 했던 갈림길에 여의도 증권사가 놓여 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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