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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비 200억? CG 700컷?…맥 못추는 사극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안방극장이 온통 사극 천지다. 현재 방영 중인 방송 3사의 주중 미니시리즈 6편 중 4편이 사극물이다. 월~화요일 MBC ‘마의’ SBS ‘신의’는 제목도 비슷하다. 수~목요일 MBC ‘아랑사또전’과 SBS ‘대풍수’는 무당, 점술, 지관 등 무속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겹친다. 토~일요일 KBS ‘대왕의 꿈’은 지금이 정치 선거의 계절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신라, 고려, 조선 등 시대적 배경은 다양하지만, ‘대왕의 꿈’을 제외하곤 모두 역사적 사실에 희미하게 뿌리 내린 팩션(faction)물 이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슬립, 전설을 모티브로 한 판타지, 제작비 200억원과 컴퓨터그래픽(CG) 700컷 등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중무장했다. 그런데도 시청자를 사로잡는데는 실패했다.


▶대작, 거장, 스타들의 굴욕 =현재 월화극, 수목극 시청률 1위는 KBS ‘울랄라부부’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KBS가 주중 드라마 정상을 전부 제패하기는 3년만이다. 그것도 경쟁 채널의 쟁쟁한 사극들에 비해 제작비가 턱없이 싼 현대물이다. ‘울랄라부부’는 B급 정서에 기댄 코미디, ‘착한남자’는 오랜만에 비감의 정서로 범벅된 정통 멜로다.

‘울랄라부부’에 밀린 ‘마의’와 ‘신의’는 스타감독과 스타배우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란 점에서 더 이채롭다. ‘신의’는 전설적인 드라마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의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 콤비가 5년만에 복귀한 작품이다. 또한 김희선의 6년만의 복귀작이다. 스타의 이름값이 무색하게 8월 첫 방송 이후 평균 시청률은 10%대(이하 AGB닐슨, 방영기간 전국 평균)를 간신히 턱걸이 했다. 

‘마의’는 사극의 명장으로 불리는 이병훈 감독과 ‘동이’ ‘이산’의 김이영 작가의 복귀작이다. 배우 조승우의 데뷔 14년만의 첫 안방 나들이 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시청률 꼴찌를 기록하는 등 1~4회 시청률은 8.8%로 기대 이하였다. 아직 조승우가 본격 등장하기 전이긴 해도, 한 자릿수 시청률은 ‘허준’ ‘대장금’ 등 과거 50%대의 대기록을 썼던 이 감독으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아랑사또전’와 ‘대풍수’는 각각 한류스타 이준기와 지진희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착한남자’에서 첫 주연을 맡은 신예 송중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퓨전, 판타지 이젠 식상하다? =방송가에선 소품 현대물이 대작 사극을 추월한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공주의 남자’ ‘뿌리깊은 나무’, 올해 초 ‘해를 품은 달’이 이어질 때 까지만해도 시청자들은 사극에 열광해왔기 때문. 특히 시공간 개념을 깬 판타지는 안방극장의 흥행공식이 됐을 만큼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런 트렌드가 바뀔 조짐이 아니냐는 것이다.

‘울랄라부부’ 제작사 콘텐츠케이의 황창우 부사장은 “판타지 사극이 너무 흔해져, 더이상 신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한 편이 성공하면 너도 나도 비슷한 장르물을 쏟아내는, 제작진의 안이한 기획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대중문화계는 성공한 콘텐츠를 우루루 따라하는 쏠림이 심하다. 작품성보단 시청률을 쫓아 실험적인 것은 지양하고, 안정적인 기획을 한다. 그래서 시청자의 눈엔 드라마가 다 비슷해지고, 재미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때 그때 유행을 쫓는 제작 관행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작품 자체의 재미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랑사또전’은 매회 반전의 남발과 산만한 이야기 전개가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대풍수’ 역시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아 산만하고, ‘풍수지리’란 소재 자체가 시청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뿌리깊은 나무’ ‘착한남자’ 제작사 IHQ의 황기용 제작총괄 PD는 “요즘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서 왠만한 완성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드라마가 일단 잘 만들어지고 재밌으면, 시청자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알아서 찾아보는 시대”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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