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더 경쟁력이 있는 대목은 가격이다. 럭셔리 스포츠카들이 대부분 억대의 몸값을 자랑하고, 대중차 브랜드가 만든 스포츠카 역시 쏘나타 3대 값 정도는 줘야 살 수 있지만, ‘도요타 86’은 수동 변속기 모델이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해 3850만원 수준이다. 6단 자동변속기 모델도 464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일단 디자인은 후륜 구동 스포츠카로서 무난했다. 콤팩트한 외관과 유독 낮은 차체, 미끄러지는 듯한 차체 곡선은 화려하진 않지만 대중차 브랜드인 도요타 엠블럼이 무색할 정도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일본의 인기만화 ‘이니셜D’에 주인공의 차량으로 등장했던 ‘AE86’에서 가져왔다는 숫자 86과 열정도 특유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부는 시트를 비롯한 곳곳에 붉은 색을 집어 넣는 등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전방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프레임이 없는 룸미러를 적용하고, 모든 장치는 운전자에게 집중시켰다. 특히 시트 바닥을 슈퍼카보다 7mm 나 낮게 설정해 차와 운전자가 한몸으로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해를 바라보고 주행할 때 빛이 들어오는 양이 지나치게 많긴 했지만 그것만 빼면 탁 트인 시야는 안전 주행에 도움이 됐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가솔린 차량임에도 디젤차 처럼 쿵쾅거렸다. 도요타 86은 스바루의 수평 대향 엔진 기술과 도요타의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인 D-4S가 적용된 2.0 엔진을 체택하고 있다. 수평대향 엔진은 실린더가 좌우로 누워 있는 방식으로 폭은 넓지만 엔진의 줌심을 낮출 수 있어 포르셰 박스터 등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 등에 많이 사용된다.
최고 출력은 203마력(7000rpm), 최대 토크는 20.9kgㆍm(6400 ~ 6600rpm)를 나타내며 연비는 공인 연비는 11.6km/L (3등급)이다. 실제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는 주행에서 2.0 리터 세단 수준의 실연비 10km/L를 기록했다. 가속 패달은 끝까지 밟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민감했고, 스포츠 주행에 최적인 전용 스포츠 패드 장착했다는 브레이크도 제동력이 좋았다. 코너링도 쏠림이 없고 반응 속도가 빨랐다.
물론 이 처럼 탁월한 주행성능과 착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86은 약간의 한계를 갖고 있었다. 패밀리카가 아닌 엄연한 세컨드카로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행을 즐기기 위한 스포츠카로 일단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다. 4인승이지만 어린아이도 타기가 어려운 뒷자석, 좁은 트렁크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운전은 즐거웠으나 차체가 낮아 타고 내리는 데는 불편했다. 국내에서 월 평균 판매량이 10~20대 가량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BMW가 미니(MINI) 브랜드를 통해 주행성능과 어느 정도의 실용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됐다.
당장은 4000만원대 수입 세단의 승차감과 공간 등의 실용성이 필요 없고, 세컨드카로서 스포츠카는 꼭 타고 싶지만 독일이나 이탈리아 브랜드의 럭셔리 스포츠카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고객 정도가 타겟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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