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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선 경제살리기 대결…한국은 재벌때리기 전투
글로벌 불황시대…서로 다른 韓·美 대선 풍경
美 근본적 성장동력 확충 고민
일자리 창출로 위기극복 ‘정공법’

韓 경제민주화 이슈에 몰입
직관·감성적 호소 ‘空約’만 난무


“20여일 남은 미국의 대선이 ‘경제 살리기’ 대결이라면, 두 달 남은 한국의 대선은 ‘대기업 때리기’ 전투장 같다.”

한ㆍ미 대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4대그룹 임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일리는 있어 보인다. ‘대기업 때리기’라는 가장 위력적인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을 동원, 정치권이 기업 총수와 기업을 옥죄는 현실에서 재계의 큰 경계심을 대변한 말이다.

그만큼 우리의 대선이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나 새 성장동력 발굴 등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화두는 실종된 채 대기업을 압박하면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는 ‘반(反)기업’만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란 이름의 대기업 때리기는 점점 도를 넘고 있다. 자고 나면 두드러지는 모든 대선후보 진영의 ‘좌(左)클릭’ 이동과 경제민주화 차별화 내지 선명성 경쟁은 가뜩이나 불안한 기업 경영환경을 시계 제로로 내몰고 있다.

대선후보 모두 일자리가 가장 큰 숙제라며 떠들고는 있지만 그 방법론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기업 총수를 공격하면,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채근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은 이뤄질 수 있다는,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의 공약(空約)만 난무한다. 총수의 집행유예 금지, 순환출자 금지, 출총제 부활에, 심지어 계열분리명령제 등 섬뜩하고 공세적인 단어가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는 좀 다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저성장 시대를 맞이해 근본적인 성장동력 확충에 좀 더 고민점이 있어 보인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후보들이 경제에 관해선 근본적으로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생겨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직관적ㆍ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경제민주화 이슈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 대선에서도 포퓰리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부자 증세, 감세 등의 격론을 벌이며 중산층 또는 서민층의 막판 표심을 자극 중이다.

다만 각론에선 차이를 보이면서도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 성장동력을 살려주고 이를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또 저성장 극복을 위한 고용 창출과 정부 부채 감소, 건강보험 적자 탈출 등 경제 이슈와 정책 대결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 대선 핵심 이슈가 ‘경제’인 데 비해 한국은 ‘반기업’이라고 많은 이들이 조롱 섞인 비유를 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대선이 아니라 대선 이후라는 게 중론이다. 정책대결 후의 미래와 포퓰리즘 대결 후의 미래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결과물의 확연한 질적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그룹 임원은 “대선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선명성 경쟁은 분명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저성장 시대를 돌파할 성장동력 확충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양극화의 주범을 대기업으로 몰아가는, 정권을 잡기 위해 쉬운 길을 택하는 후보들이 있는 한 향후 5년의 한국 경제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상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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