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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올 때 우산뺏는’ 외국계은행...중기 대출 5년만에 8분의 1토막, 대기업 대출은 배이상 껑충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경기불황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외은지점)들은 중기 대출을 철저히 외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최재성(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9개 외은지점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은 올해 6월말 현재 2129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2007년 1조6611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외은지점의 중소기업 대출은 2008년 1조320억원에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425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0년 1765억원, 2011년 2274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신용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기업에는 대출을 크게 늘렸다. 2007년 2조1084억원이던 대기업 대출은 올해 상반기말 현재 4조5316억원으로 배이상 껑충 뛰었다.

전체 기업대출에서의 비중도 2007년 당시 대기업 55.9%, 중소기업 44.1%이던 것이 이제는 대기업 95.5%, 중소기업 4.5%로 쏠림현상이 극심해졌다. 외은지점의 돈이 사실상 대기업에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이 대출자의 신용위험 등을 좀 더 보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 입장에선 합리적으로 대출 구성을 짠 것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2007년 대기업 12.9%, 중소기업 87.1%에서 올해 상반기 대기업 24.2%, 중소기업 75.8%로 소폭 변화하는데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외은지점들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사상최대치(44)에 달했다가 경기가 안정되며 2010년 1분기 -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더니 올해 4분기 대출수요지수는 3분기 13에서 25로 껑충 뛰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의무대출이란 제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결국 0%에 가깝게 된다면 ‘외은지점은 누구를 위한 은행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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