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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보부상 여기 있소”…대형마트 ‘반값 지도’ 전세계로 확장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대형마트가 자체 기획해 값을 낮춘, 이른바 ‘반값 상품’의 소싱 영역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외국에서 소싱하는 PB 상품은 원자재값이 싼 지역에서 자재를 구매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의 공장을 찾아 제작해왔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마트 바이어들이 외국의 유명 상품을 직접 들여오거나 상품 기획 후 제작 지역을 전방위로 물색하면서, 반값 상품의 탄생지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개척한 반값 상품 지도는 브라질, 뉴질랜드, 미국, 벨기에 등이다. 지난해 반값 상품 고급화의 문을 열었던 ‘세라도 원두커피’는 세계 최대 아라비카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들여왔다. 뉴질랜드 여행길의 필수 구매품으로 꼽혔던 ‘마누카 꿀’도 뉴질랜드 에어본사의 제품을 직접 수입했다.


코카콜라의 독점이다시피 했던 콜라시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음료 OEM 기업과 손잡고 공략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는 벨기에에서 생산한 라텍스 매트릭스를 일반 브랜드의 매트릭스보다 50% 이상 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모기업인 테스코의 대규모 구매력을 이용해 해외 상품 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테스코 그룹의 소싱력 덕분에 탄생한 대표적인 상품이 ‘심플리 와인’ 시리즈다. ‘심플리 와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호주, 칠레 등 세계 유명 와인 산지에서 테스코 그룹이 직접 소싱해, 고품질의 와인을 9900원의 가격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수건류 제조 지역을 중국에서 인도로 바꿨다. 인도는 면사 재배에서 가공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데다, 관세가 낮아 가격 이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도산 수건류 제품은 다음해 초에 국내에서 첫 출시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관세 혜택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新)소싱 지도’를 그리고 있다. 롯데의 ‘통큰 아몬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대비해 지난해부터 바이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헤맨 끝에 물량을 확보한 제품이다. 가격이 800g 1봉에 1만원으로, 시세보다 25%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통큰 호두’는 한ㆍ칠레 FTA로 인한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은 상품이다. 미국산 호두가 국내 호두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칠레가 안데스 산맥으로 인한 서늘한 기온 덕분에 호두 재배에 최적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올해 초부터 6개월여 간을 바이어들이 칠레산 호두 발굴에 주력해, 불포화 지방산이 고루 퍼져있는 품질좋은 칠레산 호두를 시중 판매가보다 30% 가량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세계를 누비며 들여오는 반값 제품들은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끌어내며 그 값어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마트의 ‘베스콜라’는 출시 1개월만에 캔 6개들이 1세트 기준으로 4만7000개가 팔렸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는 이마트에서 4만9500여개 팔렸다. ‘베스콜라’가 코카콜라의 95%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통큰 아몬드’는 지난달 기준으로 6개월만에 56만봉이 팔리며 당초 예상보다 5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출시한 ‘통큰 호두’는 판매 시작 1개월여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한달만에 3개월 예상 물량을 전부 팔아치웠다.

대형마트가 바이어들을 세계 곳곳으로 내몰면서(?)까지 해외 소싱이나 기획상품 발굴에 주력하는 것은 가격과 품질 차별화 때문이다. 직소싱은 자연히 유통마진 감소를 불러올 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 관세 혜택이나 작업 과정 단축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준 홈플러스 하드라인 해외소싱팀장은 “글로벌 직소싱의 기본은 우수상품 도입과 원가절감, 품질향상에 있다”며 “직매입을 하면 15~20% 가량 원가가 절감돼 자연히 상품 가격이 낮아진다”고 했다. 그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직소싱 상품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홈플러스도 초창기에는 해외 직소싱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해결했으나, 최근에는 전세계 테스코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소싱 국가를 다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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