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소설가 모옌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출판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온ㆍ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는 12일부터 모옌의 작품을 한자리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모옌의 작품은 ‘홍까오량 가족’(문학과지성사)을 비롯해 ‘인생은 고달파’(창비),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문학동네), 최근작 ‘개구리’(민음사) 등 12편이 번역돼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모옌의 소설은 대부분 농촌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일제 아래 농촌, 사회 대격변기의 농촌의 실태는 한국적 실정과도 통하는 데가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옌은 “작가는 곧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을 찾아낸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자신의 문학적 토양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모옌의 대표작 ‘홍까오량 가족’은 일제의 착취가 기승을 부리던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의 그의 고향 산둥 성 까오미 현을 배경으로 중국 민초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모옌의 성공작인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려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나의 할머니’다. 인간의 욕망과 잔혹함, 현실의 고통 등 캄캄함 속에서도 참고 견디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 인물로, 모옌은 이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인물이라고 했다.
‘달빛을 베다’는 문화대혁명이 마무리되고 계급투쟁이 끝났지만 그 시대를 겪은 사람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공포를 다룬다. 당시 중국사회의 광기와 폭력이 주는 외로움과 굶주림의 공포감 속에서 자라난 어린 모옌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대장장이, 목수, 농부, 자전거 수리공, 과부 등 힘없고 고통받는 약자가 거대한 부조리함에 매몰돼가는 모습이 생생하다.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하기도 한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불평등한 체제로 인해 하층계급이 맞닥뜨린 생존에 대한 불안과 원초적인 욕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정년을 앞두고 퇴출당한 딩 사부의 생존책은 숲속에 버려진 폐차를 개조해 돈을 받고 연인에게 장소를 대여하는 ‘아담한 휴게소’. 그는 교성소리를 들으며 생존연습을 한다.
모옌의 최신작 ‘개구리’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이 문제에 최초로 문제 제기를 해 중국 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그의 능청스러운 입담과 해학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관통하지만 현실너머의 인간다움에 닿는다는 점에서 그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외로움과 공포, 잔인함을 넘어 인간이 지닌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희망을 그려낸다. 전 세계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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