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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을 먹고 산다’…날개 단 도시락
나홀로 가구 늘고 지갑 얇아져
“2000~3000원에 한끼 해결”

한솥, 가맹점 올해 10% 증가
편의점도시락 매출 최고 두배
외식업체도 앞다퉈 시장 진출


자영업자 A(36) 씨는 요즘 점심 끼니를 편의점에서 떼운다. 사업이 잘 안되다보니 거래처와 접촉하는 일도 뜸해졌고, 사업상 미팅을 한다고 해도 밥값 내는 게 부담이다.

그는 “신세가 처량하긴 하지만 3000원 안팎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어디냐”고 했다.

도시락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2인 가구 수가 늘어난데다 내수ㆍ부동산경기 침체로 돈 줄이 마른 틈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밥값부터 줄이겠다는 반갑지만은 않은 소비패턴이 도시락 업계엔 호황이 됐다. 해외 브랜드까지 국내에 진출해 약 2조원(편의점 도시락 규모 7000억원 포함)대로 추정되는 도시락 시장에서 다투는 형국이다. 경쟁 격화로 성장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 최고 100% 증가=테이크아웃 도시락 업태를 1993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한솥도시락은 20년 가까이 고속성장했다. 가맹점 수가 615개(10월 현재)다. 가장 싼 건 1700원(새댁도시락)이고, 보통 3000원대면 괜찮은 식사를 하게끔 포지셔닝한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루에 전국에서 15만개의 도시락이 팔린다”고 했다.

도시락업계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건 한솥도시락이 숫자로 증명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단숨에 100호점을 넘어섰다.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가맹점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로 평균 이상이었다. 올 증가율도 10%에 달한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는 좀더 드라마틱하다. 편의점이 도시락을 선보인 건 1990년대 중반이지만 홀대받았다. 2008년 시쳇말로 ‘터졌다’. 직장인을 중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하면서 전년 대비 관련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2000~3000원대)에다 지천에 깔려 있는 편의점망이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시절이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 매출 추이도 훌륭한 편이다. 세븐일레븐은 2010년 매출이 113.5% 늘었고, 작년엔 105.6% 증가했다. CU는 2010년과 작년 각각 54%, 40%씩 매출이 올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락 인기가 꾸준하다”며 “그러나 최근엔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도시락을 내놓아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는 게 감지된다”고 전했다. 


▶日 도시락 최강자, 국내 외식브랜드도 ‘도시락 바라기’=시장이 열리자 세계 최대 도시락 브랜드인 일본의 호토모토도 최근 국내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에만 26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업체다. 압구정역 인근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최근엔 구로디지털역에도 점포를 냈다. 가격대는 편의점보다 약간 높다. 직장인과 인근 주민이 타깃이다. 제조 후 3시간이 지나면 상품을 폐기,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구로점은 132㎡ 규모로 좌석 33개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락 매장으로 구매 즉시 먹을 수 있게 차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은 저가에 품질도 열악해 호토모토가 도시락 시장을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급식ㆍ외식업계의 강자인 아워홈도 도시락 매장을 여의도 IFC몰에 냈다. 한식 패스트푸드 브랜드 ‘밥이 답이다’와 돈까스 브랜드 ‘사보텐’의 도시락 버전이다. 가격을 30~40% 낮췄다. 편의점이나 한솥도시락 등보다 단가가 높은 8000~1만원대다.

회사 관계자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신규 시장을 찾으려고 다각적으로 따져보고 도시락 매장을 낸 것으로, 추이를 봐서 추가 매장 개설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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