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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서 만난 사람]이선호 “어쩌면 이것도 저만의 특권 아닐까요?”
아주 강렬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여기에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배우도 등장한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멜로(Melo)’와 배우 이선호의 이야기다.

‘멜로’는 이로이 감독의 작품으로, 인스턴스식 유희로서 사랑과 집착적 사랑의 갈등이 야기하는 파국을 그린다. 남녀의 감정선을 파고드는 이 영화는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도 숨김없다.

이선호는 이 영화에서 화가 태인 역을 맡았다. 그는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변모하는 캐릭터로,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요구한다. 작품을 관람한 사람이라면 그를 두고 ‘이미지 변신’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시도 “적절한 시기”에 만난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지난 10월 7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그를 만나 ‘멜로’와 ‘배우 이선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상적인 것 보다 비범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학교를 다닐 때도 상업영화 보다는 작가주의 작품들을 좋아했고요”

이선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출신이다. 연기 전공이 아닌 연출을 공부한 학도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이 그에겐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멜로’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틀에 박힌 영화들의 공식을 벗어난 느낌을 받았어요. 유럽 영화의 감성도 전해졌고,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고요. 그동안 해보지 않은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들어온 작품이라 흔쾌히 선택했습니다”

‘멜로’는 예술과 상업의 중간 지점에 있는 영화다. 예술로서의 영화와 상업으로서의 영화를 결합한, 이른바 ‘아스버스터’를 지향한 작품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선호는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각자 남자, 여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여성들의 시선이 궁금했는데, 모니터를 한 여성분들이 모두 ‘마음이 이해된다’고 하더라고요. 다소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담아냈어요. 불친절한 영화는 아니에요(웃음)”

그도 가볍지 않은 ‘예술’적인 분위기와 불친절하지 않은 매끄러움에 끌렸다.

“일상적이거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요구하는 감정들은 대부분 표면적인 캐릭터와 감정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경험해보지 못한, 작업 자체도 굉장히 집중을 해야하고 감정선도 깊이를 요구했어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즐겁게 촬영했어요. 워낙 하고 싶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이선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멜로’는 단연 돋보인다. 물론 남녀 투톱의 타이틀롤을 맡은 것 부터 눈여겨볼만한 부분이지만. 그는 다수의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분해 연기해왔다. 청춘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부터 가족극, 시트콤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이유엔 영화 연출을 전공했던 과거가 한 몫 했다.

“감독에서 배우로 꿈을 수정한 케이스잖아요. 연기에 대해 교과서 적인 수업을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했어요. 현장에서 공부를 한 셈이죠. 쉽게 말하면 작품을 통해 초, 중, 고등의 의무교육을 거치고 제가 하고 싶은 장르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저에겐 필요한 과정 중 하나였죠”

2011년 방영된 ‘TV방자전’부터 그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브라운관을 통해 전파를 탔지만 영화 제작 방식을 고스란히 차용해 만든 작품이었다. 방자 역을 맡은 이선호는 이 작품에서 조용한 카리스마, 남성적인 면모를 어필했다.

그는 ‘TV방자전’을 두고 “졸업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다수의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아오던 그에게 타이틀롤에 갈등 관계를 깊이 있게 표현해내야 했던 이 드라마야말로 ‘졸업반’ 수준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TV방자전’은 이선호라는 배우를 알리기도 했지만, 작품의 ‘선정성’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멜로’ 역시 다소 파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이미지의 고착’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성격이 워낙 열려있어서 하나하나 의식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섹시함을 어필해야 하는 캐릭터에 캐스팅 제안이 오는, 그것 역시 저만의 특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인물의 표현 방법,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다면 문제 될 건 없죠”

하고싶었던 장르에 대한 도전, ‘졸업반’ 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스타트로 ‘멜로’를 선택한 이선호. 그래서일까, 감독과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감독님의 미학세계를 존중하게 됐고,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작품을 하는 동안에도 교감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찍었어요”

바랐던 작품이었지만 힘든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항상 마음 속에 부담이 있었어요. 경험해보지 않았던 감정들을 끌어올려야 했으니까요. 이를테면 분노에 차 악을 쓴다든지, 죽기 직전에 흘리는 눈물, 혹은 수치심의 눈물 같은 경우엔 일상적이지 않잖아요.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집중하는 것이 힘들었죠”

깊은 내면연기를 표현해내면서 이선호 역시 한층 성숙했다. 감정 몰입이 힘들 땐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집중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했고,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로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최선을 다한 만큼 자신감도 있다.

“어떤 것을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냥 전해지는대로 느끼면 되는 작품이죠. 아마 보는 사람들에 따라 모두 다를거예요. 다만, 온전한 상업영화와는 다른 부분을 건드리죠. 그 때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갖고 있었던 이선호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고 영화를 보셨다하더라도, 극 초반 이후부터는 캐릭터로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이선호’를 지워낼 수 있을 정도로 작품에 최선을 다했어요”

‘멜로’를 빠져나오면서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 찍는 동안 마냥 즐거운 줄 알았지만, 꽤나 예민했던 모양이다. 이 역시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전 작품에 대한 잔상이다. 그는 말한다. “배우가 돼 가는 과정”이라고.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1008@
사진 황지은 이슈팀기자 /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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