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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로업체 ‘눈물의 감산’
중국産 열연소재 저가공세에…
전기료 인상 겹쳐 원가경쟁력 저하
친환경 각광 받다 애물단지로…
현대제철 등 잇따라 생산량 줄여


철강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로의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전기로가 과도한 투자비용에도 불구, 원가경쟁력이 떨어져 감산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5년 전만 해도 전기로가 고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꼽히며 경쟁적으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그야말로 ‘전기로의 굴욕’인 셈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번 달부터 당진공장 내 A열연공장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현대제철의 A열연공장은 전기로에 철스크랩을 넣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곳으로, 생산량이 월 8만~9만t 가량 된다. 현대제철은 이번 감산 계획으로 열연강판 생산량이 월 2만t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부제철도 이번 달부터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열연강판을 5만t 가량 감산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동부제철의 열연강판 생산량은 월 12만t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신 동부제철은 전기로 감산으로 줄어든 열연소재를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산 제품이 t당 500달러 내외로 국산보다 300달러 가량 저렴해 그만큼 생산원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게 동부제철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아직 전기로 감산을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전기로 열연가격 추이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 포스코도 전기로 열연가격이 한계점까지 떨어졌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감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처럼 철강업체들이 전기로 감산에 나선 이유는 전기로 열연강판 가격이 예상보다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 열연강판이 500달러 이하로 국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8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던 국내 강판 가격 역시 최근 700달러대로 급락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산 제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전기로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방침에 따라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데다, 전기로의 재료가 되는 철스크랩 가격 역시 열연강판 가격 하락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 7월보다 5.9% 가량 하락했지만, 열연강판 가격은 이보다 큰 폭인 8.1% 가량 떨어졌다. 즉 제품 가격이 재료값 보다 27% 가량 더 떨어진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과 재료값보다 더 떨어지는 제품가격 등의 요인으로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자가 열연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중국산 제품을 사다 쓰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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