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춘병 기자]기업들의 감사보고서가 한자와 영어 일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시정 조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기업의 감사보고서 등에 한자와 영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실태를 바로잡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9일 밝혔다.
먼저 그동안 방치된 비상장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한글 표기 원칙을 마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별도 규정이 없었던 비상장기업 감사보고서의 한글표기 원칙을 정했다”며 “앞으로 문제점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규정 마련이나 법률 개정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최근 회계기준원, 공인회계사회 등 회계 관련 기관과 13개 주요 회계법인 측에 비상장기업 감사보고서의 한글 표기를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방식이지만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고 기업과 회계법인들도 한글 작성에 합의했다”라며 “다음 보고서부터는 한글 표기가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장 법인의 감사보고서가 시정 대상이 된 것은 현행 규정상 비상장 기업의 공시에 대해서는 표기 언어에 대한 명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비상장 법인의 공시에서는 한글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모 통신회사의 감사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00년 처음 공시를 시작한 때부터 올해까지 12년간 대부분의 감사보고서를 한자 중심으로 작성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일본 기업과 연계하는 일이 많아 편의를 위해 한자로 작성한 것인데, 한자에 대한 독해가 어려워서 한글 표시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내년 1월 이후 공시하는 감사보고서부터는 한글로 작성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규정상 상장기업은 한글 공시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영문 작성본을 첨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지나치게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 기업 공시는 수시로 지도하고 있다”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외국어가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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