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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덩치키운 파사트 ‘호평과 악평’ 왜?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좀 애매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좋고 주행성능이 뛰어난 독일 중형 세단, 그리고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끌 패밀리카 정도의 표현이 적당했다. 3990만원까지 가격 거품을 뺀 탓에 적어도 럭셔리 수입차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그 수수함에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난 8월 말 국내에 출시된 폴크스바겐 신형 파사트. 이 차(2.0 TDI 디젤엔진)의 첫 느낌은 전작에 비해 한층 커졌다는 점이다. 중형차(전장 4870mm)이지만 크기가 그랜저(4910mm)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 세대(휠베이스 2709mm)에 비해 휠베이스(차 축간거리)가 94mm나 늘어났다. 뒷공간도 충분히 넓어 성인 3명이 타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용량도 529ℓ로 그랜저(454ℓ)를 뛰어넘는다. 철저히 미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됐고, 또 미국 테네시 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하다 보니 덩치에서부터 미국차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내부 인테리어는 지나칠 정도로 심플했다.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인 데다 6세대에 비해 가격을 480만원가량 낮추다 보니 각종 편의장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수입차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직접 당겨 작동시키는 커다란 핸드브레이크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내비게이션은 위치가 낮아 다소 불편했고, 화질과 성능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제타, 골프와 비슷했다.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귀에 거슬리진 않았다. 그나마 폴크스바겐의 진가를 발휘한 것은 주행성능.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갔다. 클러스터(계기판)의 RPM은 빠르게 올라갔지만 큰 소음이 나진 않았다. 민감하면서도 탄력이 붙는 가속력이었다. 이 차에 적용된 140마력(4200rpm) 2.0 TDI 디젤엔진은 최대토크 32.6kgㆍm(1750~2500rpm)의 힘과 정숙성을 발휘한다. 5기통 2.5 가솔린엔진의 경우엔 최고출력 170마력(5700rpm), 최대토크 24.5kgㆍm(4250rpm)을 보여준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할 경우 큰 차이가 나진 않았으나 좀 더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했고, 브레이크와 서스펜션(현가장치)도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다만 급격히 방향을 전환할 때 차체가 약간 쏠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비 세계기록을 가진 차량답게 실제 시내 주행 연비는 약 15㎞/ℓ로 14.6㎞/ℓ의 공인연비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신형 파사트는 1973년 첫 모델이 출시된 이후 6세대를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이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다. 이번 7세대 파사트도 인기가 많아 국내시장에서는 지난 8월 출시 4일 만에 237대가 팔렸고, 9월에도 354대가 팔려나가며 전체 수입차 차종별 판매에서 5위를 차지했다. 큰 차체, 고연비, 탁월한 주행성능,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잘 맞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이 지속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아쉽게도 가격을 낮추느라 ▷전자식 브레이크 ▷자동주차시스템 ▷차선이탈방지장치 ▷LED 주간 전조 ▷오토홀드 등이 대거 빠졌다. 착한 가격 못지않게 수입차의 프리미엄을 원하는 고객들이 뉴 파사트에 대해 ‘연비와 가격이 좋은 독일차’ 뿐 아니라 ‘겉만 번지르르한 깡통차’라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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