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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아이폰 카피 지시증거 없다”
세계적 IT전문지 시넷 ‘최지성 문건 원본’ 분석…삼성-애플 소송 새 국면
“애플보다 6개월 앞서가라” “스크린 키워라”
최지성, 당시 실무진에 고강도 주문

시넷 “애플 자사 유리한 부분만 발췌”
전문가들 잇단 의혹 제기 논란 증폭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개발할 당시 ‘아이폰’보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앞서는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한, 이른바 ‘최지성 문건’ 원문 전체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사장의 지시사항을 담은 것으로, 애플은 이 문건을 토대로 삼성이 아이폰 베끼기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이 공개한 원문 전체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애플이 원문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문에 발췌했다는 의혹을 제기,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미국 법률 전문 사이트 ‘Groklaw’에 따르면 루시 고 새너제이 북부지법 판사의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 수정본 문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 중 삼성전자가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개발하던 당시 내부 회의록을 보면 현 최지성 부회장은 실무진에게 “모두 아이폰에 대항할 UX(사용자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아이폰은 이미 스탠더드가 됐다. 여러분은 반드시 6개월 이상 앞서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 부서가 부딪히게 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솔루션 역할을 하고, 창조적으로 일하라”고 당부했다.

이 문건엔 앞서 미 본안소송에서 언급된 ‘디자인 위기’도 있었다. 소송에서 애플 측 변호인단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아이폰과 자사 제품을 비교하며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며 혹독한 질책이 따랐다며, 이에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아이폰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디자인과 사용자경험 등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가된 문건에서 최 부회장은 디자인의 위기를 언급하면서도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삼성전자만의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나를 기쁘게 해주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 느낌을 최대한 피하고 메탈 느낌을 강조하는 외부 디자인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가 추진했던 메탈 분위기 디자인은 오히려 이번에 애플이 ‘아이폰 5’를 내놓으면서 도입한 알루미늄 메탈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아가 3인치대 아이폰과 차별화한 스크린 크기에 대한 지시도 있었다. 최 부회장은 “우리의 최대 자산은 스크린이다. 미래에 모바일폰은 전자책의 기능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반드시 스크린 크기를 기존보다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IT 전문지 ‘시넷’은 이번에 새로 추가된 문건에 언급된 ‘사용하기 편리하고 쉽게(comfort and ease of use)’라는 표현이 아이폰을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이번 문건에 애플 제품을 카피(copy Cupertino)하라고 지시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편집되지 않은 삼성전자 내부 문건에 대해 Groklaw는 본안소송 재판 당시 애플 측 변호사들이 자신에 유리한 부분들만 발췌했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에게 창조성을 강조한 부분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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