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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명동<실속·유행> 오늘은 강남<패션·성형>…그들은 ‘요우커 스타일’
달라진 ‘쇼핑스타일’ 은
한국여성들 패션 벤치마킹
압구정·코엑스 일대로 영역확대

국경절때 12만명 한국방문
매장직원 10명중 6명이 중국인

올핸 실속형 소비추세 뚜렷
백화점 초특가대전 준비도



“부수이쯔룬(피부를 보습하고 윤기있게 만듭니다).” “위팡저우원(주름예방에 좋습니다).”

지난 6일 서울 명동 거리는 ‘요우커(游客ㆍ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화장품 브랜드숍 직원의 경쟁이 치열했다. 국경절 막판에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다. 이곳이 서울인지, 중국 베이징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국내 경기는 침체지만 ‘큰손’인 요우커를 잡기 위해 화장품업체가 매장 직원의 상당수를 중국인으로 고용했기 때문.

더페이스샵에 따르면 명동 매장 등 주요 상권은 100여명의 판매직원 가운데 80여명은 중국ㆍ일본 등 외국 국적이다. 특히 60% 이상이 중국인 직원으로, 요우커 맞춤형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요우커는 매대 구성도 바꿨다. 피부미용에 특히 민감한 이들을 위해 더페이스샵은 6년근 홍삼과 자연산 송이 등 프리미엄 한방 원료를 함유한 ‘명한 미인도 천삼송이’(5만6000원) 등의 선물세트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이 회사는 국경절 기간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요우커(游客)’라고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숙박시설 확충, 고급화된 여행 콘텐츠 개발, 중국 여행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개선 등이 주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추절 황금연휴를 맞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요우커들.                                        인천=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명동상권 안에 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네이처리퍼블릭도 외국인 관광객 중 요우커 비중이 70~80%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요우커가 지갑을 열면서 명동의 유통지형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명동에 있는 화장품 매장은 80여곳(드럭스토어 포함). 2008년 21곳에서 4년 만에 4배가 증가한 것.

업계 관계자는 “명동의 땅값과 임대료가 비싸지만,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올리는 매출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해 화장품 매장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요우커발(發) 특수는 백화점업계도 들썩이게 했다. 현대백화점(압구정본점ㆍ무역센터점 기준)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중국인 매출이 280.6% 신장했다. 롯데백화점도 중국인이 많이 쓰는 은련카드 신장률(10월 1~4일) 기준으로 131%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기준으로 96% 증가했다. 요우커는 명품 브랜드를 쓸어담아 관련 매출이 백화점별로 100% 안팎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ㆍ신세계백화점은 국경절 기간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추가 할인행사를 펼쳤으며, 브랜드별로 연간 2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요우커를 별도 관리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요우커는 올해 들어 실속형 소비를 하는 추세도 감지돼 국내 백화점은 향후 이들의 입맛에 맞는 초특가대전을 잇달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홍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장은 “중국 고객이 한국 쇼핑 경험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한 쇼핑을 즐기는 추세”라며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요우커는 국내에서 돈만 뿌리는 게 아니라 한국 최신 유행을 경험하고자 하는 추세도 눈에 띄었다. 요우커가 한국 유통가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는 요우커에 소비패턴의 지평을 넓히는 이른바 ‘체인리액션(연쇄반응)’이 나타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한국을 두 번 이상 방문한 중국의 관광객은 전체의 39%(은련카드 매출 기준)에 달했다. 작년보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 백화점 측은 ‘강남스타일’의 쇼핑을 즐기려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증거로 풀이했다.

서울 방문이 두 번째라는 장아이링(33) 씨는 “지난해엔 병원 진료차 강남을 찾느라 강남을 둘러보지 못했다”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은 이후) 강남에 있는 한국 여성들의 패션스타일을 벤치마킹해 중국에서 입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장경수 현대백화점 해외마케팅담당 차장은 “명동에 집중됐던 요우커의 강남 유입이 급증하고 ‘강남스타일’의 영향으로 압구정동과 코엑스 일대에서 한국 최신 유행 패션상품을 구매하려는 중국인이 늘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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