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삼성 정규리그 2연패 키워드는 ‘밸런스·여름·야통’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은 2012시즌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시즌 초 불안한 행보를 하며 중하위권에 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투타의 완벽한 조화 속에 마침내 여름부터 선두로 뛰어올랐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완벽한 투타 밸런스, 신개념 ‘삼성 스타일’
‘라이언킹’ 이승엽은 1일 정규리그 1위 확정 후 소감에서 “투타 조화가 1위의 가장 큰 원동력같다. 예전에는 타격 의존도가 높았는데 올시즌은 타력 뿐 아니라 투수력이 워낙 좋다. 웬만해선 경기에 질 것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특유의 장타력에 투수력까지 더해진 삼성은 거칠 게 없었다. 타격에선 장타력을 겸비한 2번 타자 박한이의 부활과 일본에서 9년 만에 돌아온 이승엽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박한이는 그러나 지난해 부진을 딛고 ‘테이블 세터’ 노릇을 충실히 해냈고 돌아온 이승엽은 장타 욕심을 버렸다. 간결한 스윙은 물론 팀을 위해 도루하고 번트를 대는 다라진 모습으로 금세 한국 야구와 삼성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4번 타자 박석민은 팀 내 최다인 홈런 23개, 91타점을 올렸다. 삼성은 이승엽 박석민 최형우가 팀 타점(572)의 44%인 250타점을 합작하면서 팀 타점과 팀 득점(615), 팀 장타율(0.389). 팀 타율(0.272)에서 1위를 달렸다.

마운드에선 앞뒤가 모두 강한 신개념 ‘삼성 스타일’을 선보였다. 탈보트는 14승, 고든은 11승을 올리며 효자 용병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고, 생애 첫 다승왕에 성큼 다가선 장원삼(16승)과 팔꿈치 수술을 딛고 7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찍은 배영수(11승)는 팬들에게 감동까지 선물했다. 안지만(27홀드)을 비롯해 권혁(18홀드), 권오준(10홀드), 오승환(34세이브) 등 필승조는 선발에 이어 삼성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여름 사자’, 올해도 여름에 강했다

삼성은 디펜딩챔피언답지 않게 시즌 초 위태로운 레이스를 펼쳤다. 4월을 7승10패, 6위로 마친 삼성은 5월엔 14승1무11패로 힘을 냈지만 6,7위를 오르내리며 좀처럼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삼성의 ‘여름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름에 강한 사자‘라는 수식어대로 올 여름 힘차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6월 한 달 간 15승1무9패(승률 0.625·1위)를 기록하며 6월21일 3위로 뛰어 오르더니 6월30일 단독 2위, 7월1일 단독 1위로 거침없는 점프를 했다. 올스타전까지 7월 승수는 9승1패(승률 0.900·1위). 삼성은 6월부터 올스타전까지 35경기에서 24승1무10패(승률 0.706)을 기록하며 승률 2위 롯데(18승2무15패·0.545)를 압도적인 차로 제쳤다. 이 기간 삼성은 롯데(3.20)에 이어 팀 방어율 2위(3.30), 팀타율 1위(0.291), 홈런 1위(28개), 장타율 1위(0.415) 등 전 부문에서 타 팀을 압도하는 기록으로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7월 한 달 간 14승3패를 기록한 삼성은 7월7일 롯데에 단 하루 선두 자리를 내줬을 뿐 이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때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보였던 불안한 행보와는 180도 달라진 반전의 기틀을 뜨거운 여름에 만든 것이다.

▶‘야통’ 류중일 감독의 여유
자타공인 최강팀의 부진한 출발은 기존 하위권 팀이 겪는 부담감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트리플 크라운(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을 달성하며 ‘야통’(야구 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류중일 감독. 하지만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관중일’(관중처럼 경기를 지켜보기만 한다는 의미)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움직임 없이 때를 기다린 것이 바로 류 감독이다. 

틀을 깨는 운영에 대한 유혹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선발 요원을 불펜으로 활용하거나 선발 투수들의 등판일을 짧게 조정하며 변화를 줄 수도 있었다. 그런 방식의 운영이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삼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류 감독의 판단이었다. 

웬만하면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려고 했고 쓸 데 없이 선발을 끌어다 쓰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을 아끼고 체력을 세이브하면서 정작 필요한 때 요긴하고 효율적인 투수 운용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체질이 되고 노하우로 쌓이면서 삼성의 재산과 저력이 됐다. “올해는 초반부터 치고나가겠다”던 첫 목표는 어긋났지만 삼성의 팀 컬러와 경험을 믿고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결국 류 감독의 구상대로 시즌이 풀려갔다. 

올 시즌 초 자타공인 우승후보 1순위인 삼성이 부진할 때도 대부분의 야구 관계자들이 “삼성은 언젠가, 무조건 올라올 것”으로 내다봤고, 류중일 삼성 감독 역시 조급해 하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믿는 구석’ 덕분에 결국 삼성은 승승장구, 독주체제를 굳힐 수 있었다.

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