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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넝쿨’작가,10명 넘는 캐릭터 띄운 비결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최근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로부터 임신과 출산,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감사패를 받았다.

드라마 한 편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일과 가정의 균형, 워킹맘의 임신, 입양 등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또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모습들을 보여 국민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단순히 시청률만 높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이야기다. 박지은 작가(36)는 대본을 쓰기 전 자식을 잃어버리는 과정과 찾는 과정, 그리고 입양에 관해 열심히 취재했다.

“실종아동 부모들을 만나봤는데, 특별하게 잃어버린 분은 없었다. 다들 어이없게 잃어버렸다. 엄청난 사건이 있을 것 같았는데, 잃어버린 순간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더라. 집주변 공터에서 없어졌고, 엄마가 설겆이 하고 오니까 아이가 없어져 30년동안 찾고 있고, 어떤 여자가 입에 와 물을 달라고 해서 주었는데, 그 여자와 아이가 없어진 케이스도 있었다. 또 한 분은 문방구에서 뭘 사가지고 전화를 했는데, 1시간후 집에 오니 아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시장, 공원 등에서10분만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부모들이 그게 더 허무하고 더 못잊어하더라.”


박지은 작가는 “1970년만 해도 아이를 찾는 제도가 허술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양을 많이 했다”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그게 더 환장할 노릇이다”고 했다.

‘넝쿨당’ 속 입양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다. 입양 신청후 6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데려가지도 않아 아이가 입양도 안되고 친부모에게도 가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전자 감식에 수반되는 제반 상황에 대한 대화도 구체적인 취재에서 나왔다.

박 작가는 “특정 아동을 지목해 입양하는 건 쉽지 않다. 파양 확률도 높고, 안좋은 면도 있기 때문이다”면서 “극중 김남주씨가 입양한 아이는 자폐가 있는데다 김남주 유준상 부부의 노력으로 개선된 배경이 있고, 두 사람이 원하고 있어 입양된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

박지은 작가는 과거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한 적이 있다. 부모를 잃어버린 여자 아이가 성장해 아버지를 찾아봤더니 그 아버지가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함께 근무하고 있더라는 실제 이야기를 접했다. 박 작가에게 이 이야기가 ‘넝굴당’의 모티브가 된 게 아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자식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취재한 것이다”고 말했다.

박지은 작가는 ‘멋진 친구들’ ‘이색극장-두 남자이야기’ 등 예능 작가의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 ‘넝굴당’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

“특별히 극중에 예능적 장치를 집어넣으려고 한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걸 좋아하고 나도 보면서 재미 있어야 좋다. 흐름을 깨지 않는다는 믿음만 있으면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하고 시도하는 편이다. 나는 재밌는 것, 유쾌한 것,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김남주는 박지은 작가와 무려 세 개의 작품의 주인공을 연속으로 맡았다.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이후 8년만에 복귀해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는 박 작가의 세 작품이 전부다. 그런데도 김남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작가는 “김남주 씨가 연기한 3개 캐릭터의 공통점은 있다. 서로 비슷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나름대로는 확실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태생부터 다른 사람이었다”면서 “김남주 씨가 미니시리즈에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끌고가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과 관계가 형성돼, 폭이 가장 넓은 인물인 차윤희를 맡았다. 자신이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받쳐주기도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연기 스펙트럼이 원래 넓은 건지, 이번에 넓어진 건지는 잘 모르지만, 연기를 귀신 같이 잘하는 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시댁 생활을 잘하는 차윤희 캐릭터에 대해서는 “내 또래의 현실적인 며느리를 그리려 했다. 우리 가족드라마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밝히는 차윤희 같은 마인드를 가진 며느리는 못된 여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좋은 여자는 착하고 아우르는 형이었다”면서 “하지만 차윤희 같은 조금 현실적인 며느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싶었다. 시어머니(윤여정)도 극단적이지 않고 조금은 현실적인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유준상이 연기한 방귀남에 대해서는 “자칫 밍숭할 수도 있지만 같이 살고싶은 남편이었으면 했다”면서 “유준상 씨가 캐릭터와의 접점을 잘 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천재용을 연기한 이희준은 노력도 많이 하지만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타고난 면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박가는 장용 씨와 윤여정 씨, 강부자 씨의 오랜 기간 쌓인 연기 내공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장용 씨는 서있기만 해도 든든했고, 윤여정 씨는 둥둥 떠있지 않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강부자 씨는 초반 아이(손자)를 잃어버린 심정을 리얼하게 연기했고, 그 일로 큰 며느리에게 매정하게 대하지만, 귀여운 시어머니 모습도 보이는 등 무게를 잡아주었다.

박 작가는 차윤희의 올케로 국어교사이자 독특한 캐릭터인 민지영은 시어머니를 포함해 누구를 가르치려 해 미워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었지만, 연기를 능청맞게 잘하는, 준비된 배우 진경 씨를 만나 캐릭터를 펼치기 좋았다고 한다.

박 작가는 “오버스러운 엄순애 캐릭터는 양희경 씨를 생각하고 썼다. 양희경 씨가 안한다고 했으면 대안이 없어 캐릭터를 없애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방정배도 김상호 씨가 맡아 캐릭터를 굴려나가기가 좋았다고 한다.

“김원준 씨가 연기한 윤빈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다. 가수라기보다는 인생의 전성기를 일찍 맞이한 사람이다. 스포트라이트를 일찍 안 받았으면 바닥부터 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인물이 각계각층에 많다. 아이돌 가수가 엄청 나오지만 대부분은 사라져버린다.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또 한번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를 보고싶었다. 방귀남의 작은 아버지 방정배도 그런 면이 있다. 어렸을 때는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지만 돈 버는 재주가 없어 사회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드마라가 히트 하면 주연이나 감초 캐릭터가 뜨게 마련이다. 이들은 그 인기를 발판으로 CF에도 나선다. ‘넝굴당’의 작가는 1~2명의 캐릭터를 띄운 게 아니라 10명이 넘는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방일숙(양정화) 방이숙(조윤희) 방말숙(오연서) 등 세 딸 외에도 방송분량이 적었던 방장군(곽동연)도 띄웠다. 도대체 박 작가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까?

“체계적인 노하우는 없다. 나름대로 있을법함을 중시한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어 보고 모델로 쓰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 하더라도 한두가지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거지, 그 사람의 어떤 면을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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