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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귀화’ 안현수 “추석 외로움? 느낄 틈 없어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추석인데 외롭지 않냐고요? 그런 거 느낄 겨를이 있나요.”

한 때는 세계 정상을 호령했고, ‘스포츠 영웅’으로까지 불렸다. 한국 선수 사상 첫 동계올림픽 3관왕, 남자 쇼트트랙 사상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5연패. 하지만 지난 4년 간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과거의 영화를 모두 내려놓고 고국에서 6000km나 떨어진 러시아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7·러시아명 빅토르 안).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안현수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고국은 추석 준비로 바쁜데 그는 이 사실마저 잠시 잊은 듯 했다.

“추석인가요, 벌써? 곧 시즌이 시작돼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고 바로 캐나다 전지훈련을 떠나야 하거든요. 외롭고 말고 할 것도 없네요."(웃음)

그는 이제 ‘러시아인’이다. 많은 아쉬움과 논란 속에 러시아 귀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선후배들이 고국에서 추석 명절을 지내는 동안 그는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9월28~30일)에 나선다. ‘황제의 길’ 치고는 참 쓸쓸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밝다. 약간의 설렘도 묻어 있다.

“선발전을 통과하면 개인 종목으론 2007-2008 시즌 이후 4년 만에 국제대회에 나가는 거예요. 설레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그렇죠. 아픈 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아서 다행히 마음은 가볍네요.”

출중한 실력은 여전하다. 지난 3월 열린 러시아선수권에서 1000m와 3000m 2관왕에 오르며 귀화 3개월 만에 당당히 챔피언에 등극했다. 명실상부 러시아 대표팀 에이스다.

안현수는 2009년 1월 한국 국가대표팀 훈련 도중 펜스에 무릎을 심하게 부딪치면서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4차례나 수술대에 올랐지만 전성기 때 컨디션을 되찾진 못했다. 러시아에 와서도 후유증은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안현수가 이탈리아 전지훈련 도중 코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안현수 제공

“운동하고 싶어서 왔는데 운동을 못하니까 정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하지만 몸이 좋아지고, 또 러시아연맹에서 저만을 위해 황익환 코치님을 초청해주시면서 한결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둘이서 자주 한국음식을 해 먹으니까 향수병도 없어요.”

안현수는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면 곧바로 캐나다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리고 10월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막되는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대회에 나선다. 애증어린 한국 국가대표와 빙판 위 맞대결을 피할 수 없다.

안현수의 눈은 벌써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소치올림픽에서의 명예회복. 이 하나의 꿈을 위해 아무도 밟지 않은 험난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다. 
“명예회복, 해야죠. 올시즌은 소치올림픽을 위한 적응무대가 될 거에요. 응원해주시는 많은 고국팬들 덕분에 더 힘을 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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