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부산 사투리와 사투…인터넷 댓글 아예 안봐요”
종영 ‘해운대 연인들’ 부산 억척녀 고소라役 조여정
경상도 출신 후배 대사 녹음
억양 표시해 하루종일 연습

올여름 폭염으로 고생
“힘들지 않으면 배우 아니죠”


“그 질문 지겹네요. 저만 그렇게 연습하는 것도 아닌데….”

배우 조여정(31)이 부산 사투리와 사투를 벌인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최근 끝난 KBS2 드라마 ‘해운대연인들’에서 부산의 억척녀 고소라 역을 연기한 데뷔 13년차 배우는, 이번에 대단한 곤욕을 치렀다. 어색한 사투리를 쓴다며 시청자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은 것.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지 이제 사흘 됐다는 조여정을 만났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사투리 연기를 위해 부산 출신 후배가 말하는 걸 녹음해서 하루 종일 들었다. 대본에는 억양도 음계처럼 전부 표시해뒀다. 송현욱 감독, 극중 육탐희 역의 배우 김혜은 등 촬영 현장 주변엔 경상도 출신도 많았다. 하지만 배역과 혼연일체가 돼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그분들이 제가 할 대사나 감정을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김혜은 씨가 대사를 하면서 ‘소라’이름을 입에 올리거나 나와 같은 대사를 할 때는 정말 귀를 쫑끗하며 들었어요.”

부산 올로케이션(100% 현지 촬영)이던 이번 드라마는 사투리뿐 아니라 날씨와도 사투를 벌어야 했다. 부산에 모두 네 차례의 태풍이 지나갔다.
 
영화 ‘방자전’‘ 후궁: 제왕의 첩’을 찍은 뒤 3년 만에 지상파 안방극장 복귀작인 ‘해운대연인들’을 마친 조여정은 “영화, 케이블, 지상파를 가려가면서 연기를 하진 않았다. 어떤 이미지를 바라고 작품을 찍지도 않았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태풍 때문에 손을 놓고 지낸 날도 많았는데 분량 지장 없이 찍었죠. 폭염은 또 어떻고요. 해가 아침 6시30분부터 직광으로 들어오고 그 강도로 8시간을 내리쬐더라고요. 누구 하나 쓰러지지 않을까 했는데 다들 멀쩡하고. 나는 왜 쓰러지지도 않는지….”

그는 하루 3~4시간씩 잘 수 있었다. 이건 고생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저는 많이 잔 편이에요. 여배우가 작품할 때는 (수면 부족으로) 안 예쁘게 나오고, 쉴 때 예쁘게 나오죠. 저는 햇볕에 점점 새까매지고. 다행히 맡은 역이 촌아가씨여서 주근깨 다 나오고, 편하게 찍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고소라가 ‘삼촌수산’ 횟집 딸이기에 날 고등어도 척척 잡고, 회도 능숙하게 뜨는 척해야 했다.

“배 위에서 살아있는 고등어에 침을 놓는데, 만지지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막상 슛 들어가면 신기하게 배멀미도 안 하고 하게 되더라고요.”

부산에서 3개월 가까운 합숙 촬영을 고사할 법도 하지만 그는 ‘프로’였다.

“처음엔 부산 올로케라고 해서 ‘아, 좋다! 신난다! 재밌겠다!’했다. 고생 안 하면서 배우한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돌아오는 답변이 단호하다.

그는 강건한 마음을 지닌 배우였다. 논란 속에서도 항상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숙소가 해운대에 있었는데, 눈 뜨고 나오면 눈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어요. 위안이 되는 거예요. 바닷바람도 좋고요. 바다를 무서워 했는데, 이번에 바다에 원없이 빠졌죠.”

또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저는 누가 칭찬하면 ‘아냐, 그렇지 않아 정신차려!’하고, 남이 뭐라 하면 ‘아냐, 넌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다잡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제 정신건강을 위해 인터넷 댓글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아요. 남보다 훨씬 잘 울고 잘 웃기 때문에 배우하는데, 그걸 보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거죠.”

그에게 ‘해운대연인들’은 좋은 사람들과 동거동락하며 따뜻한 기운을 받은 작품으로 남았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시청률이 11% 나온 건 크게 외면해주지 않은 고정팬이 있었다는 얘기고, 그래서 고마워요. 감독님과 (남주인공을 맡은 배우)김강우 씨 없었으면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매일 들었어요. 드라마는 다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공동작업의 힘을 또 한번 느꼈어요.”

그는 추석을 지내고 10월 4일 개막하는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해운대로 간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