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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에 쪼개진 추석밥상
“보릿고개 누구덕에 넘었니?”…딸이 했나요?
“노무현 평가 제대로 못받아”…한게 뭐있는데
“둘다 안돼요…정치인들은 정말 싫어요”
아버지·아들·손자 대선후보싸고 감정싸움



“박근혜는 국가와 결혼했다잖아.” “노무현 때 세상이 변했어요. 평가 제대로 못 받아서 그렇지.” “뭔 소리냐. 또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게.” “박근혜는 시대에 안 맞아요.” “박근혜나 문재인이나 다 똑같아요. 이번에 싹 바꿔야지요.”

대한민국 민심이 뒤섞이고 견고하게 형성되는 추석을 앞두고 그려본 추석 밥상머리 풍경이다. 화제는 단연 80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통령 선거. 49 대 51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이번 대선은 세대간, 지역간, 직업별, 남녀간 ‘2% 차이 박빙 정치학’을 둘러싸고 쪼개진다.

밥상에 올라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00% 국민행복’,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사람이 먼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새로운 변화’란 슬로건을 내세워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력주자 3인의 색깔이 분명하고 지지층도 엇갈리고 있다. 


아버지(60대 이상) 아들(40~50대) 손자(20~30대) 3대가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릿고개 누구 덕에 넘었어? 박정희 대통령이야. 그만한 인물 없어.” 아버지가 호통 치자 어머니까지 나서 “얘야, 그건 맞는 말이다. 육영수 여사도 그렇고”라고 맞장구를 친다. 아들은 “독재시절로 돌아가자는 겁니까. 그리고 잘했어도 박정희가 잘했지, 박근혜가 잘한 게 아니잖아요”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허허, 박근혜는 대통령 수업을 받은 사람이야.” “잘했어도 박통이 잘했지, 박근혜가 잘한 게 뭐가 있어요. 아버지 잘못 제대로 사과도 안 하고.”

한동안 말이 없던 아버지가 다시 훈계하듯 입을 연다. “박근혜가 5ㆍ16이다 유신이다 사과하는데 나도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장녀한테 아버지 부정하라는 게 말이 되냐. 그 정도면 됐다.” 아들이 곧바로 “지지율 떨어지니까 할 수 없이 밀려서 그런 거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라고 반발하고, 화제는 문재인 후보로 넘어간다.

“그럼 아들은 문재인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냐. 뭘 했다고.” 그때서야 활기를 찾은 듯 아들이 생각을 늘어놓는다. “노무현이 검사 불러놓고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한 것 기억나죠. 우리 사회 확 변할 수 있었는데, 한번 더 기회 줘야죠. 문재인 인품이 훌륭하잖아요.”

대화를 지켜보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듯 손자도 나선다. “박근혜 문재인 둘 다 안 돼요. 우리는 전부 안철수예요. 정치인들 꼴도 보기 싫어요.” 아버지와 아들 이구동성으로 “국정경험도 없고 무소속으로 되겠냐”고 혼을 낸다. “지지율 1등입니다. 의사, 사업가, 교수에다가 1500억원 기부한 사람 있습니까, 안철수 말고.” 손자도 지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과 야권 단일화를 두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세 사람 나오면 박근혜가 무조건 된다.” “세 사람이 나오겠어요. 안철수하고 문재인은 단일화합니다.” “둘 중 누가 포기하냐. 대통령 되면 한자리하려는 사람들 모여 있는데, 단일화가 되겠냐.” “인품이 달라요. 반드시 해요.” “사람 속을 어떻게 알아.” “난 안철수가 포기하면 투표 안 해.” “무슨 소리, 단일후보 찍어야지.” “쟤네들은 투표하러 안 가잖아.”

헌정사상 첫 성대결을 둘러싸고도 “북한도 있는데 여자 대통령은 아직 이르다” “여자라서 안 된다니, 독일 브라질 호주도 여자가 총리 하고 대통령도 하는데”로 갈려 며느리 시아버지 간에 남녀대결도 벌어진다.

이번 대선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한ㆍ중ㆍ일 영토분쟁을 둘러싼 안보 위기, 대통령제를 둘러싼 개헌 등 정책 이슈가 굵직굵직한 데다 야권단일화까지 남겨두고 있다. 막판까지 오리무중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족 모임은 당분간 안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석희 기자>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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