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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의 시대, ‘도사들’이 나섰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살기는 팍팍하고, 앞일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중산층이라도 언제 삶이 고꾸러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 기대를 품고, 설명되지 않는 존재에 매혹되는 것일까? 도시 골목마다 구석마다 낡은 깃발을 드리우고 기이한 징표를 내건 ‘점집’의 문턱은 뻔질나게 넘나드는 발길로 분주하다. 차기 대통령을 맞춘다는 신기의 역술인도 앞다퉈 책을 낸다. 젊은 세대들도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역술 어플리케이션으로 하루 운세와 미래의 운명을 점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국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2784억원에 이르렀고, 한국역술인협회 등의 추산에 따르면 철학관 운영, 무속인 등 전국의 역술인은 45만명에 이르고 관련 시장 규모는 2조~3조원대에 달한다.

최근 점술, 관상, 풍수, 사후 세계 등 초과학적ㆍ초자연적 현상이나 이론, 믿음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점쟁이들’과 제작 중인 ‘관상’ ‘신과 함께’ 그리고 오는 10월 10일 첫방송되는 SBS 드라마 ‘대풍수’ 등이 이어진다. 


이중 가장 먼저 뚜껑을 여는 작품인 ‘점쟁이들’은 집이나 사람에 붙은 귀신을 쫓아주고 거액의 복채를 챙기는 ‘점쟁이’부터 공학박사 출신의 역술인, 눈으로 귀신을 보는 파계승, 사람을 보고 과거를 읽어내는 처녀 보살 등이 한 마을의 재앙을 막기 위해 거한 굿판을 치르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이달 촬영을 시작한 ‘관상’은 사람의 얼굴만 보고 흥망성쇠를 예견하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를 중심으로 세조 집권 전의 권력 다툼을 그린 영화다. 드라마 ‘대풍수’ 역시 사극이되 얼굴 대신 땅의 기운을 보는 ‘풍수설’을 앞세웠다. 국운이 쇠한 고려 말 권력의 주변에 있던 도사들이 난세의 영웅인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팩션’을 표방했다. 선거철만 되면 당락의 운을 점치느라 정치인들이 알게 모르게 역술인들을 찾는 요즘 세태와 다르지 않다. ‘신과 함께’는 주인공이 죽어서 49일간 재판을 받는다는 내용의 영화로 원작인 동명의 웹툰은 각종 보살과 저승사자 등 한국의 토속 신들과 전통 민담, 전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 드라마 등 현대의 서사장르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존재, 믿음은 동시대인들의 욕망과 불안, 공포를 반영한다. ‘점쟁이들’은 우리 사회의 탐욕을 ‘귀신’으로 풍자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작품은 스토리 뿐 아니라 극적 구성과 출연진의 캐스팅도 최근 유행을 보여준다. ‘도둑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흥행 이후 한 두명이 주인공으로 하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여남은 명의 톱스타들이 대거 주연으로 출연하는 이른바 ‘멀티 캐스팅’ 전략이다. ‘도둑들’이 물러간 자리에 ‘도사들’이 자리를 깔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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