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에 손을 대는 투자자들은 통상 이렇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나만 고점에서 팔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2만~3만원 하던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한때 16만7200원까지 올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판, TV 출연, 지지율 상승 등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정작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안랩은 하락 행진을 이어가며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테마주 35개 거래에 참여한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매매 손실의 대부분은 개미들이었다. 최대 26억원을 날린 투자자도 있었다.
정치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 가운데에는 적자 기업이 많다. 안랩 같은 우량 기업은 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애널리스트들이 분석을 포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치테마주에 투자한 대부분의 개미는 회사의 실적이나 비전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한방’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언젠가 꺼질 거품임을 감독 당국이나 전문가들은 입이 아프게 경고했다.
하지만 ‘고점에서 빠져나온다’는 생각에 테마주에 쉽게 들어갔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거품은 늘 꺼지게 마련이지만 그 시점은 예측이 쉽지 않다. 최근 한 정치테마주는 주가가 급등하자 대주주가 지분을 전량 팔아치워 주가가 폭락했고, 부도가 나 하루아침에 상장폐지된 기업도 있다. 이때다 싶어 지분을 처분해 이익을 챙긴 대주주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기존 정치테마주 외에도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등 정책 관련주들이 부상했다. 이 같은 신종 정치테마주 16개 거래자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99.9%라고 한다. 이들 종목의 결말도 기존 정치테마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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