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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라 주미 강, 유럽의 낭만주의를 눈물에 담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이 마지막 앵콜 곡을 연주하던 도중 살며시 눈을 감았다. 연주할 때면 음악에 심취해 있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은 두 눈과 얼굴은 유난히도 떨렸고 연주를 마친 클라라 주미 강은 피아노 위의 수건을 들어 뒤돌아 몰래 눈물을 훔쳤다.

마스네(Massenet)의 ‘타이스의 명상곡(Meditation)’이 그에게 어떤 감흥을 준 것일까. 무대를 찾은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인지, 한국에서의 무대가 감격스러웠던 것인지, 벤 킴과의 첫 무대가 성공적이었다는 의미를 가진 눈물인지, 눈물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그만이 아는 것이다.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벤 킴의 듀오 리사이틀 ‘Classic and Romantic/고전과 낭만’ 콘서트가 지난 23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유럽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음악을 한 자리에 모은 이들 듀오의 무대는 클라라 주미 강의 힘이 넘치는 바이올린 연주와 인상마저 부드러운 벤 킴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1부는 고전주의 음악의 대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B flat 장조’ 연주로 시작했다. 미소 띤 얼굴로 등장한 두 사람은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소나타만의 안정된 형식미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단조’ 였고 주옥같은 슈만의 실내악이 두 사람을 통해 무대에 재현됐다.
 
벤 킴과 클라라 주미 강.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2부는 베토벤과 브람스의 곡으로 꾸며졌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경계를 잇는 베토벤의 곡으로 연주를 시작한 클라라 주미 강과 벤 킴은 ‘로망스 1번 G장조’로 고전이 가진 낭만을 관객에게 전했다. 콘서트의 제목 그대로 고전과 낭만을 보여준 선곡이었다.

이어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로 낭만주의의 절정을 보여줬던 이들은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클라라 주미 강은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고 벤 킴은 음정 하나하나 건반을 정확히 두드리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연주 중간중간 뒤돌아 서있는 클라라 주미 강을 보며 호흡을 맞추려는 벤 킴의 노력도 보였다.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소곡 중 6번 ‘환상적인 왈츠(Valse Sentimentale)’와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을 앵콜 곡으로 선보였다. 클라라 주미 강과 벤 킴은 마스네의 ‘명상곡’을 마지막 앵콜곡으로 선사했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클라라 주미 강은 함께 울었다. 그의 눈물을 훔친 연주가 끝나고도 객석의 박수는 끊일 줄을 몰랐다.

그의 등을 두드리며 미소짓던 벤 킴, 클라라 주미 강과 벤 킴의 연주는 독일이란 공통분모를 뛰어넘어 두 사람의 음악적 감성이 잘 어울리는 낭만 충만한 무대였다.

손가락을 다치는 불운의 사고를 극복하고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클라라 주미 강은 지난 4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하는 등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연주자가 됐다. 이번 연주의 눈물은 그에게 있어 수많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편 클라라 주미 강은 다음달 23일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이 예정돼있다. 이 날 공연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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