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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인가? 학대인가?…’대치동엄마‘에 보내는 비장한 경고
아이 교육을 위해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엄마들에게, 그리고 그 엄마의 등살에 공부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불행한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이러닝업계의 선두주자인 언어과학의 대표이자 언어학자인 정도상 씨가 뱃속에 아이가 있을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위한 지침서 ’엄마로 돌아가라’(고려대학교 출판부)를 출간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을 적용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이 교육의 방법과 과정은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엄마가 결정해야 몫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과 선행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대치동 엄마들과 전혀 달랐다. 저자는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놓고 스트레스를 일상으로 받는 영어교사 부모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의 강연회를 찾은 이 부모는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5개씩 영어단어 시험을 보는데, 100점을 못맞으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부모가 영어선생인데 왜 아이가 그러냐는 소문이 금새 돈다는 것이다. 저자는 1주일에 5개씩 외우면 1년에 280개, 문장을 배운다고 해도 300개의 영어단어를 외우게 하려고 1년동안 학원에 보내는게 답이냐고 반문한다. 영어는 모국어와 달리 창의적 비판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조기교육이 필요없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언어학자의 입장에서 모국어와 영어의 학습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를 조명해서 조기 영어교육이 아이들에게 독약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선행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수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부모들에게 막연하게 사교육과 선행교육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지 않는다. 저자는 왜 초등학교에서 아이에게 영어를 배우지 않게 했는지, 중 1 때 특목고 지원을 포기한 이유 등을 성공적인 자녀 교육을 위한 필연적인 조치였음을 밝히고 있다.

조기교육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 교육을 비판하고, 그리고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종하는 엄마들에게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이의 성공으로 부모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위대한 희생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 위로 받아야 하고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엄마도 한 인간으로 살아갈 인격체이며, 아이의 주변을 맴돌면서 자기의 삶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엄마의 희생을 막아야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엄마가 엄마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아이 교육에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책임, 특목고 입학 전형의 개혁, 교사의 권위 회복과 책임감을 들고 있다. 잘못된 교육의 희생양이 된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을 공부노동자로 기술하면서 하루 10시간이 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공부노동자특별법을 제안하고 있다. 아이들도 직장인처럼 하루 8시간만 공부를 시키자는 눈물겨운 발상이다.

저자는 “교육에 참여하는 3주체가 있다. 부모, 교사, 학생이다. 중학교 이전의 교육은 일종의 보육이고, 부모와 교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제 엄마로 돌아갈 테니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도상의 <이것이 교육이다> 시리즈 2는 교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저자는 끝으로 “우리는 아이를 다시 키울 수 없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왜 엄마로 돌아가야 하는지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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