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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넝굴당’서 건강한 웃음 전파…달러도 넝쿨째 버는 히트제조기
<10> 시청률 45%‘ 넝굴당’제작…한국적인 드라마 이끄는 이장수 로고스필름 대표
대만·일본·필리핀 등에 330만弗 판매
‘별을 쏘다’ ‘천국의 계단’ 만든 원조 한류 ‘스타PD’
작품마다 끈끈한 가족애·따뜻한 정서 지향
작가와 매주 회의…기획서 캐스팅까지 관여
창세기 소재 내년 영화 재도전…세계시장 공략


전국시청률 45%를 넘긴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은 해외에서 달러도 넝쿨째 굴러들이고 있다. KBS에 따르면 21일 현재까지 일본ㆍ중국ㆍ대만ㆍ태국ㆍ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위주로 판매돼 33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판매단가는 기존 KBS 주말극과 비교해 1.5~3배 가량 높고, 총 판매금액도 KBS 주말극 사상 최단기ㆍ최고가 기록이다.

‘넝굴당’ 제작사 로고스필름(이하 로고스)의 이장수(52) 대표(감독). 그를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고스필름 사옥에서 만났다. 살짝 벗겨진 머리의 중년 모습이 ‘넝굴당’에서 푸근하고 친근했던 아버지, 방장수와 닮아 있다.

‘넝굴당’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로고스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 대박을 터뜨렸다. 이 감독은 “박 작가는 현대 사회의 모든 얼굴을 극 속에 반영하며, 재미를 주면서도 좋은 얘기를 하는 유형의 극본에선 선두주자”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이 날 로고스가 지향하는 드라마 제작 방향은 “밝고 경쾌하고 건강한 웃음을 주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아닌게 아니라 ‘넝굴당’ 뿐 아니라 ‘그대, 웃어요’ ‘내 마음이 들리니?’ ‘천상의 화원 곰배령’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 ‘컬러오브우먼’ ‘해피엔딩’ 등 2009년부터 올해까지 로고스가 제작한 드라마 속엔 가족애의 끈끈함과 따뜻함의 정서가 흐른다.
 
이장수 감독은 문화가 다원화, 다각화하며 발전하는 이상 한류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얼마나 넓히느냐가 우리의 관건이자 숙제”라며 1세대 한류 기획자로서의 책임감도 드러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로고스의 지향점은 회사 대표인 이 감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는 로고스에서 시놉시스 단계의 기획부터 대본 수정, 편성, 주연급 캐스팅까지 관여하며 집필 계약을 한 문희정ㆍ박정화ㆍ고은님ㆍ박재범ㆍ김은정ㆍ김정희ㆍ최지연 작가 등 12~13명 작가와 하루 2명씩 매주 기획회의를 하면서 이런 기획 취지와 방향성을 공유한다.

그는 “직접 연출을 할 때도 좋은 방향으로 하려고 했다. 시청자가 내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드라마가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작자 이전에 현역 연출가 시절에도 ‘스타PD’로서 이름을 날렸다.

1980~90년대 MBC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쌓아 올린 황인뢰-김종학-이관희-이진석 등으로 이어지는 스타PD의 계보가 이장수 감독까지 이어진다. 김사현 현 MBC 드라마 국장과 이대영 국장, 이창순 감독 등이 1984년 MBC 드라마PD 공채 입사 동기다.

인하대 토목공학과(시인 ‘이상’을 좋아해서 ‘건축’과와 비슷한 전공을 골랐다)를 나온 그는 MBC에서 조연출 8년을 거친 뒤 입봉(데뷔)은 SBS에서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 ‘사랑의 풍차’로 했다. 고정 출연자와 매회 다른 게스트 1명이 출연하는 에피소드 드라마로 당시로선 참신한 기획물이었다.

이후 1992년 출세작인 ‘금잔화’를 비롯해 SBS에서 ‘모래위의 욕망’ (1992년), ‘도깨비가 간다’ (1994년), ‘아스팔트 사나이’ (1995년), ‘곰탕’ (1996년), ‘아름다운 그녀’ (1997년) 등을 연출했다. 그의 작품 밑바닥엔 한국적 정서가 짙게 깔린 게 특징이다. ‘도깨비가 간다’는 도깨비의 존재 등 잃어버린 우리 것과 한국혼을 찾아 나서는 방송사 교양제작팀의 이야기이며, 설특집극으로 방송된 ‘곰탕’은 40년간 곰탕을 끓인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특히 ‘곰탕’은 주연을 맡은 김용림의 독백적 내레이션에 판소리 장단에 맞춘 화면 편집과 구성, 인물의 근접 촬영과 원거리 풍경의 절묘한 조화 등 연출이 탁월했던 수작이다. 1996년 뉴욕페스티벌 TV부문 특별상, 1997년 휴스턴국제영화제 TV부문 금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16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동적이다.

멜로드라마를 찍어도 무게감과 깊이가 있었다. ‘아름다운 날들’ (2001년), ‘별을 쏘다’ (2002년), ‘천국의 계단’ (2003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2004년), 가장 최근 연출작인 ‘로드 넘버원’(2010년)까지 묵직함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날들’과 ‘천국의 계단’은 ‘겨울연가’와 함께 초창기 한류를 이끈 대표 드라마로 손꼽힌다. 로고스에서 제작한 드라마 가운데 최고 히트작인 ‘천국의 계단’은 국내 시청률이 50%를 넘었고,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될 당시 최고인 13%를 찍었다. 출연 배우 권상우가 한류스타로 발돋움했다.

이 감독은 내년 가을 즈음 영화 연출로, 현장에서 메가폰을 다시 잡을 계획을 갖고 있다. 1999년 첫 영화 연출작인 정우성ㆍ고소영 주연의 ‘러브’가 흥행에선 실패해 영화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번엔 성경의 창세기를 현대로 옮긴 내용으로,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기획 중이다.

그는 “(영화로)유럽이나 미국도 공략할 생각이다. 할리우드 흉내만 내지 않는다면 우리 영화도 충분히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러려면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누구도 흉내내선 절대 안 되고 자기의 색깔이어야 한다”고 차별성과 특색을 강조했다.

특히 국가간에 상품 교역, 여행 관광 등이 활발해지면서 문화장벽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어 K-팝(Pop) 뿐 아니라 문화가 담긴 스토리도 충분히 승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문화권에서 ‘시월드’를 몰라도 모르는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간 삶의 ‘희노애락’이란 보편적 정서는 어디에나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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