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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랑?
담담한 어조로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
누구에게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어린 시절 원하는 것들을(물건이든, 사람이든) 소유하면 행복할 거라 믿기도 했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욕망의 크기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난다. 그러니 행복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 내면의 결핍을 채워줄 그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전경린은 <최소한의 사랑>(2012. 웅진지식하우스)은 그 무언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최소한의 사랑이라 부른다.

‘가장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기 못해 세상엔 이토록 많은 고통과 상처가 난마처럼 얽히는 것이다. 최소한을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데, 왜 우리는 최대한의 욕망에 휘둘려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은 요양원에서 새엄마가 유언으로 친 딸 유란에게 남긴 통장을 희수가 유란을 찾아 나서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자매가 될 수 있었지만 잃어버린 뒤 소식을 알 수 없었다.가정을 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희수의 삶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남편의 외도나 사춘기의 딸과의 마찰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문제였다. 어린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빠와 함께 유란을 버리고 돌아온 순간부터 희수의 삶은 불안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란이 사는 낯선 도시에서 그가 살던 공간에서 살면서 희수는 자신과 닮은 삶을 마주한다.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발작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했던 유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듣게 된다. 희수는 유란이 감당하는 삶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낯선 도시에서, 낯익은 자신을 발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과연, 최소한의 사랑은 무엇일까. 엄마가 죽고 새엄마가 생긴 어린 희수에게 필요했던 최소한의 것들은 엄마였을지도 모른다. 사라진 존재지만 새엄마가 대신할 수 없는 엄마라는 이름 말이다. 오빠와 언니가 생긴 유란은 어땠을까. 새롭게 생긴 가족, 그 자체가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사랑은 아니었을까.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새엄마에게는 치매에 걸려 죽는 순간까지 유란을 기억하는 일이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하는 소설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강요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같은 이유로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지 않았는지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전경린이 말한 최소한의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세상은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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