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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혼 집' 짓는 과정 담아 책으로
당신의 삶은?…집짓기로 삶 배워
집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편리함보다 편안함을 추구한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짓고자 한다며 더욱 그렇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니 문제다. <서울총각 시골에 집짓고 장가간 이야기>(2012. 책만드는토우)란 제목의 책은 그런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까 건축주, 설계자, 시공업자 모두가 행복한 집짓기를 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시골에 정착하여 살기로 한 저자가 결혼해서 살 집을 짓는 기록이다. 설계도가 나오고 완성되기까지 6개월 동안의 이야기다. 저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나가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집의 형태를 지켜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내가 살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얼마나 흐뭇한 일일까. 반면에 시공업자가 제대로 집을 짓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은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집 짓기가 우리 삶과 어떻게 닮았는지 보여준다. 땅을 파고 다지는 거대한 중장비를 비롯하여 목수, 미장, 전기, 도배 등 각자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은 때로 엄숙했고 때로 비장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에 사람들의 땀과 수고가 보태어져 하나의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부순다는 것, 누군가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백지상태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엔 사람이 있고, 추억이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것을 좋아하는 것을 세대라고 하더라고, 우리는 사람이기에, 부수는 것(비우는 것)이 쉽지 않다. 비었다고 그냥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주변을 정리해 한다. 집을 짓기 위해 터를 잘 잡는 것이 힘든 것처럼, 우리네 인생에서 마음을 비우는 것은 어렵다.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서 치밀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기억의 앙금이 남아 마음을 여전히 아프게 한다. 또 한 번 비워도, 마음은 모래톱 같아, 어느새 다시 채워져 새로운 나를 밀어낸다. ‘내려놓음’ 이 유행어처럼 쓰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평생 ‘내려놓은 나’ 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93~94쪽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지만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집을 지으며 삶을 배우라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삶은 수많은 마음의 집을 짓고 부수는 일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기초를 잘 하지 못한 집, 과정을 생략하고 짓은 집, 살다가 다시 고쳐야 하는 집까지 얼마나 많은 집을 지어야만 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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