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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치장 탈주 CCTV 강제 공개 왜 못하나
전과 25범이 유치장 탈주범으로 둔갑해 나흘째 오리무중인데도 속수무책인 진풍경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흉포한 사건 사고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상황 아닌가. 지난 17일 새벽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의 좁디좁은 배식구를 통해 달아난 범인 최 씨는 성범죄를 포함해 다채로운 전과를 갖고 있다. 이런 그가 궁지에 몰려 무슨 일을 꾸미고 또 벌일지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더구나 탈주 직후 범행장소 주변에 한나절 이상 머물면서 보란 듯이 인근 주택가에서 차량을 훔치고 가정집에 침입해 겉옷까지 슬쩍해 유유히 달아나는 대범함을 보인 범죄의 달인이다.

전대미문의 탈주극이 벌어졌는데도 정부도 정치권도 한가하기만 하다. 사건 발생 며칠이 지나도록 유치장 내 CCTV 자료를 감추기에 급급한 경찰에 대해 이렇다 할 지적 한번 없다. 국민들은 이런 일을 솔선해 하라고 국회의원으로 뽑고 혈세까지 꼬박꼬박 내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탈주범 CCTV를 내놓지 않는 것은 충격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필시 범죄자 감시기능에 치명적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의문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범인이 몸에 유연제를 바르고 미꾸라지처럼 수십 초 만에 유치장과 경찰서를 스르륵 빠져나간 그날 새벽, 당직 경관들의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는 등 내막이 하나 둘 경찰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설마 하며 잠들었거나 그 이상의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분명 있긴 있는 모양이다. CCTV 비공개 이유에 대해 “거짓 없이 다 밝혔는데 굳이 공개할 필요 있느냐”는 김인택 대구경찰청장의 해명은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보안장소인 데다 신상 보호 차원에서 곤란하다는 설명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재발방지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회는 당장 김 청장을 포함해 경찰 수뇌부를 불러 사태 전말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책임 추궁까지 하기 바란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범죄자들이 법을 업신여기고 경찰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굴착기로 또는 지프차로 순찰차를 뭉개고 파출소를 덮치는 등 공권력을 내동댕이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탈주 초동단계부터 일관한 헛발질 수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밤낮 고생하는 다수 동료 경찰관들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경찰 스스로도 뼈아픈 자성과 각오가 반드시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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