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하우스푸어 지원방안인 ‘트러스트앤드리스백’(trust&lease backㆍ신탁 후 재임대) 사업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이런 안을 내놓고 이달 중 시행하기로 했지만, 실제 프로그램 운영주체인 우리은행은 금융감독당국과 지주사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은행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주택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신탁 후 재임대 제도가 처음인데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아 선뜻 시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외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신탁 후 재임대 프로그램 도입 여부를 각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어 실효성 여부다. 우리금융의 ‘신탁 후 재임대’는 집 주인에게 소유권은 인정하되 은행에 관리처분권을 맡기고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700여 가구, 대출규모 900억원)에게 이 제도를 우선 적용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방안의 취지는 좋지만 대상이 제한적”이라면서 “특히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우리금융지주가 은행과 별다른 협의없이 내놓은 안이어서, 우리은행의 반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특히 은행권 공동의 하우스푸어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커지자, 우리은행에선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