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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강남스타일’과 ‘태릉스타일’
2005년 여름 모 스포츠 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할 때, 가수 싸이와 그의 연예기획사 양현석 사장과 저녁을 같이했다. 공익근무 중이라 머리를 짧게 깎았던 싸이는 평소 듣던대로 아주 호방한 성격이었다. 울퉁불퉁하고 촌스럽게 생긴 모습이었지만 양 사장을 ‘형’으로 부르며 활달한 모습을 보였고, 처음 본 필자에게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챔피언’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싸이는 군복무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잠시 멀어져 가고 있었으나 가슴속에 연예인의 ‘야성’만은 빛나고 있었다.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강남 스타일’이 유행하면서부터였다. 눈 작고 뚱뚱한 오빠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의 특징을 패러디해 부른 이 노래는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 동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인기의 급물살을 탔다. 국내를 너머 미국 등 세계 각국으로 알려진 ‘강남 스타일’은 연일 눈부신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도 ‘강남 스타일’이 이처럼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강남 스타일’이 크게 히트를 치자 ‘홍대 스타일’ ‘대구 스타일’ ‘싱가포르 스타일’ ‘파리 스타일’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넘쳐난다.

스포츠계에서도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 ‘태릉 스타일’이라는 버전이 그것이다. ‘강남 스타일’의 곡조를 그대로 살린 버전은 이렇다.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경기 끝나기도 전에 한 판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스테이크 13장 먹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태릉 선수촌에서 고된 훈련을 했던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정과 애환을 잘 표현했다.

그동안 태릉선수촌은 대표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초인간적인 합숙훈련을 실시했던 ‘금메달 산실’이었다. 소련ㆍ동독 등 사회주의체제의 방식에 착안해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올해 런던에서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태릉선수촌에서의 체계적인 훈련 덕분이었다.

외국의 언론들도 국위 선양에 크게 기여한 태릉선수촌을 ‘군대식 훈련소’ ‘금메달 제조공장’ 등으로 부르며 혹평을 하기도 하나 그 기여도만큼은 확실하게 인정했다.

이러한 태릉선수촌에도 새로운 스타일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태릉 스타일’ 버전이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집중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도 선수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가져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울타리에 가둬 엄격한 코칭 스태프에 의해 일방적인 훈련스케줄을 강요하기보다는 운동의 소질을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넘친 분위기 속에서 갈고 닦는 문화가 도입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싸이가 재기넘친 예술적 끼로 ‘강남 스타일’를 만들어냈듯이 우리 스포츠계에도 운동끼가 넘친 미래의 스포츠인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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