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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재 ‘해악전신첩’…불쏘시개 될 뻔
사라질뻔한 국내 문화재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칫 사라질 뻔한 귀한 문화재와 걸작들이 발견된 사례가 여럿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제강점기 문화재 지킴이였던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선생이 사들인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이다.

1930년대 초, 친일인사 송병준의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한 골동상은 하마터면 불쏘시개가 될 뻔한 화첩을 아궁이 옆에서 발견했다. 초록색 비단으로 싸인 그 화첩을 송병준의 손자에게 장작값을 주고 사들인 골동상은 책을 서점에 팔았다. 결국 책은 간송에게 넘어갔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렸던 그림을 또 한 번 그린 ‘후(後) 해악전신첩’이다. 그림과 시 21점으로 이뤄진 이 국보급 문화재에는 ‘금강내산’ ‘단발령망금강’이 수록돼 있다.

현대미술 중에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독특한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다. 지난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빨래터’(37×72㎝)는 미국 켄터키 주의 한 소장자가 50여년간 집 지하실에 보관했던 그림이다. 소장자는 박수근 그림이 그토록 고가인지 모른 채 무심히 보유했던 것.

한국전쟁 직후인 1954~56년, 소공동 반도호텔에 소재한 미국 무역회사에 근무했던 존 릭스 씨는 호텔 내 반도화랑을 자주 드나들던 박수근과 친분이 있었다. 릭스 씨는 일본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박수근에게 유화물감 등을 사다주었고, 박수근은 답례로 그림을 선물하곤 했다. ‘빨래터’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릭스 씨는 아내가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형편이 어려워지자 집안살림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딸이 경매사 도록을 보고 박수근 그림이 한국에서 고가에 유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릭스 씨는 “예전에는 내가 박수근을 도왔는데, 이젠 그가 나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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