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량에 메이저타이틀 행보까지 닮은 꼴…다양한 코스 경험 · 타이거슬램 등 대기록 넘어서야 진정한 ‘황제’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가 과연 타이거 우즈가 걸었던 ‘황제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까?현재 미 PGA투어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매킬로이를 꼽을 것이다. 23세의 나이에 메이저 2승을 거두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매킬로이가 최고의 선수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차세대 골프황제’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 골프계에서 우즈만큼의 대우를 받으며 초청을 받는 선수는 매킬로이를 제외하면 필 미켈슨 정도에 불과할 만큼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매킬로이가 세계 골프사에 엄청난 획을 그었고, 지금도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타이거 우즈만큼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할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완벽히 동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당연하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4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슬램’ 같은 위업을 누가 또 달성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근 4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둔 매킬로이의 성적 역시 만만치 않다. 3승 중 1승은 메이저이고, 2승은 정예 선수들만 나선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신구 골프황제의 메이저 2승째는 PGA챔피언십였다. 99년 우승한 우즈(오른쪽)와 올해 우승한 매킬로이가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
그들의 메이저 타이틀 사냥행보는 매우 흡사하다. 우즈는 만 22세 때인 97년 마스터스에서 무려 18언더파를 기록해 최저타, 최연소, 최다타수차 우승 등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황제의 등장을 알렸다. 콧대 센 오거스타CC가 우즈의 등장 이후 매년 코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US오픈에서 16언더파로 역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언론들은 ‘타이거우즈 같은(Tiger-esque) 우승’이라며 극찬했다.
메이저 2승 장면도 그렇다. 공교롭게도 둘 다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즈는 첫승 이후 2년 만인 99년, 매킬로이는 1년 만인 올해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메이저 2승을 거두기 전후의 상황도 흡사하다. 2승을 거두기 전 약간의 부진을 겪고, 우승 후 그 여세를 몰아 잇따라 우승했다는 것이 그렇다. 우즈는 98년 1승에 그쳤으나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6개 대회에서 4승을 휩쓸었다. 매킬로이 역시 올 상반기 4차례나 컷오프되면서 ‘게으른 천재’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으나 PGA챔피언십 우승 후 3개 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아직 우즈처럼 다양한 코스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며, 우즈의 타이거슬램 같은 전무후무한 황제급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보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매킬로이는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진정한 황제로 추대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